규제 폭풍 속, “할 만큼 했다”…한계 올 것

▲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돈이라는 것은 빌리는 쪽에서는 ‘싼 이자로 많이’, 빌려주는 쪽에서는 ‘비싼 이자로 많이’를 원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금융당국이 지난 한 해 내놓은 각종 규제들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을 안겨줬다는 평가다. 당국은 내년까지도 대출 옥죄기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올 한 해 2금융권은 그럭저럭 버텨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이겨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019년 한 해도 금융시장은 빌리고 빌려주는 자들의 입장이 상충되면서 빚어낸 돌풍으로 추웠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은행권 이용 차주들에 비해 취약 차주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는 게 전문가 등의 판단이다. 이외에 카드사나 보험사 등도 줄어든 영업이익에 몸살을 앓았다.

올해는 부실채권 매각이나 고금리 가계대출 축소, 마케팅비용과 영업점 축소, 인원 감축 등으로 근근이 수명을 연장시켰으나 내년부터는 더욱 옥죄어오는 규제에 버틸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등의 분석이다.
 

직원·영업점 줄여 손실 메꿨는데…내년엔?
규제로 인한 손실, 소비자 혜택 줄여 충당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도입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탈락한 차주들이 2금융권도 벗어나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높아진 규제와 더불어 낮아진 법정 최저금리 여파로 2금융권도 가계대출 줄이기에 나서 이자수익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 비해 비교적 취약한 차주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저축은행은 대출의 연체율 또한 높은 편이었다. 이들은 2020년까지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는 당국 발표에 따라 이 같은 부실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기도 했는데, 이에 일각에서는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원성이 높다.

또한 2020년에는 저축은행들은 예대율을 110%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연 20% 이상 금리를 적용하는 대출은 예대율 산정 시 130%로 계산하기 때문에 고금리를 부과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 취약차주에게는 대출을 더욱 줄이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축은행업계는 작년부터 2년 연속 역대 최대실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9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이는 저축은행업계의 대출 잔액 확대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의 총 대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3조4000억원(5.8%),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2133억원(6.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저신용 취약차주의 가계대출은 옥죄는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뿐 아니라 연체 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줄여 자본건전성 역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카드업계 또한 올해 고난을 겪었던 업계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었다.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에 따라 올해 본격적으로 가맹점에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작년에 비해 5.1% 늘었으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0.2% 감소했다. 이 같은 가맹점수수료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은 지급결제부문에서도 적자를 보였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적용 이후 지급결제부문의 영업손익은 적자가 이어졌고, 특히 지난 상반기에는 무려 2400억원의 영업손실이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0억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올해 3분기 비씨카드를 제외한 국내 7개 신용카드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0.03% 늘어 1조28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카드회사들이 인력 감축 등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룬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카드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51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 등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며, 이 같은 경영 방식이 내년에도 통할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카드회사의 주 수입원인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 임시방편으로 긴축경영을 해 다른 곳에서 나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 다각화에 나서 업황 악화는 막았으나 내년부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부터는 예대율 규제나 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되고, DSR 규제 등 저축은행에 대한 각종 규제가 더욱 엄격해지고, 카드사도 더 이상의 긴축 경영은 어렵고 이미 수익 다각화도 할 만큼 한 것으로 보여 실적 악화를 막아내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업계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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