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변윤재
- 입력 2020.08.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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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빠르게 번지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반도체 공장 특성상 집단 감염의 가능성은 낮지만, 업계는 사내에 코로나 검사소까지 설치하며 방역을 강화해 온 터라,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삼성·SK, 반도체 생산라인 안팎에서 확진자 발생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삼성전자의 경기 화성캠퍼스에 근무하는 직원 2명이 이날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16라인과 17라인에 각각 근무하는 직원으로, 발열과 기침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나자 21일 사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라인 직원은 휴가에서 복귀해 19~20일 근무했고, 17라인 직원은 20일 출근 후 의심 증상으로 귀가했다가 다음날 검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두 직원이 다녀간 식당과 사무실이 잇는 업무동은 22일 하루 폐쇄하고 방역 조치를 취했다. 또 이들의 동선을 파악해 접촉 의심 직원에 대해 자택 격리 및 검진을 진행했다.
화성캠퍼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위탁생산(파운드리)을 진행하고 있으며, TSMC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극자외선(EUV) 초미세공정 연구개발을 맡고 있기도 하다. 5나노 양산을 처음으로 시작한 곳도 화성캠퍼스다.
앞서 지난 20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직원이 근무하던 R&D센터 건물 일부가 폐쇄됐다. 이 직원은 의심 증상이 있어 지난 19일 출근하기 않고 자택 인근 병원애서 검사를 받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확진 판정이 나자 방역 조치에 들어갔다. 확진자가 근무했던 건물의 해당 층과 식당 1개 층을 하루 동안 폐쇄했다. 또 동선을 파악해 통근버스와 식당 등에 대한 방역을 마치고, 접촉했을 것으로 보이는 직원들을 격리 조치했다. 치를 시행하고,
공장 안팎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되고 있다.
클린룸 덕에 전파 가능성 낮아
감염자가 발생해도 반도체 공장이 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클린룸 시스템이 있다.
반도체는 나노 단위의 공정이 필요한 제품이다. 아주 작은 먼지 입자 하나에도 불량이 생길 정도로 섬세하다. 1마이크로미터의 먼지에도 반도체 회로가 휘거나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라인은 온도와 습도, 미립자,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클린룸’을 운영한다.
클린룸에 들어가는 고효율 필터는 0.1㎛ 크기의 미세한 먼지를 99% 이상 포집할 수 있다. 또 다른 곳보다 기압이 높아 내부 공기가 끊임없이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돼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낮다.
모든 근무자는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에 에어샤워를 해 미세한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방진복과 방진화, 방진 장갑, 방진 마스크 등을 항상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밀접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낮다. 클린룸 안에서 필기를 할 때도 특수 제작한 용지와 펜을 이용할 정도로 청정 공간이라 봐도 무방하다.
미국반도체협회는 반도채 생산라인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배경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상황이 발생해도 반도체는 생산 중단 없이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일 문진에 출장도 금지‥방역 강화
코로나19 초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 안팎에서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에 생산라인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엔 기흥캠퍼스 반도체 설비 담당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5월 평택캠퍼스 반도체 증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삼성물산 소속 직원이 확진판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화성챔퍼스 EUV 공정 파운드리 부대시설에 출입하는 협력사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장 운영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방역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생산라인이 안전하다고 해도 출퇴근 버스와 식당을 같이 쓰고 계열사끼리 건물이 연결되는 등 동선이 겹치기 때문에 접촉에 따른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제조업의 특성상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주부터 방역 조치를 한층 강화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민간 기업 최초로 운영 중인 코로나 검사소를 지역 사업장별로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화성에 이어 수원캠퍼스에도 검사소를 운영하기로 했고, 구미·광주 지역 운영도 검토 중이다. 밀접 접촉과 지역 간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시행 중이다. 20명 이상 규모의 회의를 금지하고, 회의 시 1.5m 이상 거리두기를 필수적으로 지키도록 했다. 국내 출장은 꼭 필요한 건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모바일 문진도 매일 시행하고 출퇴근 버스 좌석은 거리두기를 위해 50%만 운영한다. 사외 집합 교육은 모두 중단됐고, 사내 집합 교육도 30명 이하로만 운영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를 시작으로 유연근무제를 더욱 장려하고 있다. 개인 방역·위생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다중 밀집 공간 방문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또 방화벽을 이용해 같은 층이라도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방역을 강화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