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설’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강성부 펀드(KCGI)’만 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로서 현재 15% 가까이 되는 지분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KCGI는 추가 지분 매입을 고려하고 있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의 총수(동일인) 지정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료 제출을 기한 내 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초 오는 10일로 예정됏던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일자를 오눈 15일로 연기했다.

한진은 공정위에 관련 자료를 미제출한 것과 관련해 “기존 동일인(조양호 전 회장)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장남 조원태 회장이 선친 장례식을 치른 지 8일 지난달 24일 한진칼 회장에 선임됐다. 이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비롯 조현아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가 조원태 회장 선임에 합의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총수 지정 자료를 제 때 내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는 의심이 커졌다.

이날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다음주까지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한 특수관계인들의 자료를 준비해서 오는 15일 안에 서류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한진 측이 남매간 경영권 분쟁설을 일축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아직 경영승계에 대한 가족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 자료 제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 차원으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서 한진 측은 공식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3남재 사이의 분쟁이 결국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KCGI에게만 득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경영참여를 선언한 KCGI는 꾸준히 지분 매입을 이어오며 최근 14.98%까지 지분을 늘린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율은 28.95%였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가진 지분 17.84%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0%,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이다.

가장 큰 문제는 3남매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가, 한 자리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KCGI의 공세는 위협적이다.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자매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더욱이 지분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한다는 점에서도 3남매의 분쟁은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이 더 큰 고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완패한 KCGI로서는 내년 주주총회를 바라보고 제대로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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