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한국을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는 다르게 올해 또 한국 사업을 철회하는 외국계 은행이 나왔다.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대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은행(IB) 업무가 축소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새 먹거리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7년 골드만삭스와 지점 폐쇄(인가 기준)을 시작으로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와 빌바오비스카야(BBVA), 바클레이스, UBS 은행부문 등이 연이어 문을 닫았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 정례회의에서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은행의 서울 지점 폐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맥쿼리은행은 작년 말부터 호주 본사 차원에서 증권과 은행 업무를 통합하는 사업구조 개편작업을 벌이면서 지점 폐쇄를 준비해왔다. 맥쿼리은행은 지점 폐쇄를 위한 예비 조치로 지난 12일 금융당국에 그동안 겸업하던 증권업 라이선스를 반납한 바 있다. 은행에서 맡아왔던 증권 업무는 맥쿼리증권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오는 26일부터는 은행이 해오던 외환(FX) 거래, 원화 대출 등의 서비스가 중단된다.

아울러 최근 ‘인도해외은행’도 최근 금융당국에 지점 철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은행은 1977년 인도은행 중 최초로 국내에 진출했다. 인도해외은행은 작년 말 본점 기준 자산이 총 385억달러(한화 약 46조원)로 인도 현지에 3,300여개의 지점을 가진 6위권 은행이다. 해당 은행은 중앙정부가 지분 80%를 가진 국책은행이지만 영업 형태는 민간은행과 흡사하다. 한국이 고속성장하던 1980~1990년대 본점에서 달러를 낮은 금리로 차입해 국내 진출 기업과 인도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운용하며 수익을 냈지만 2010년대 들어 저성장·저금리 고착화와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한국에 진출한 지 42년 만에 국내 사업을 접기로 했다.

두 은행의 한국 철수 결정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이어져온 외국계 은행의 한국 이탈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국내서 영업하던 외국계 은행 38곳, 45개 지점의 총자산은 27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확대됐다. 그러나 이는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 이익 증가의 영향일 뿐 실제 수익구조는 여전히 좋다고 평가될 수 없다. 외국계 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예대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일부 중국 및 일본 은행들을 제외하고 본점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미국·유럽 쪽 은행들은 여전히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맥쿼리증권과 같이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지면 어느때라도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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