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정부가 종이영수증 낭비를 줄이기 위해 ‘영수증 발급 의무’ 규정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 초부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결제할 때 발행되는 종이영수증이 카카오톡 등을 통한 모바일 영수증으로 대체될 수 있다.

9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출력 후 폐기되는 종이영수증 낭비를 줄이기 위해 카드 가맹점 종이 영수증 발행 의무를 완화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 작업에 돌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이영수증 발급 의무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부 부처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법률 또는 시행령 개정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카드 가맹점들은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33조, 제36조 등에 따라 결제 내역의 종이영수증을 발급이 의무화되어 있다.

종이영수증 발급을 최소화하면 매해 최대 1000억원대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13개 밴(VAN·부가통신업자)사를 거친 신용·체크카드 결제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저번년도에 발급된 영수증 갯수만 128억9000만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발생한 영수증 발급비용은 561억원 가량이다. 전년도(509억원)에 비해 52억원쯤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또 밴사를 거치지 않고 카드사와 직접 카드 결제 승인 내역을 주고받는 대형 가맹점까지 합치면 매년 약 1200억원의 종이영수증 발급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종이영수증이 발급되는데 드는 비용을 평균내면 한 건당 7.7원이다. 종이영수증 발급 의무 문제는 카드 결제가 활성화된 뒤 종이영수증 발급 건수·비용이 계속 늘어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전체 카드 승인건수는 198억건이다. 전년(179억건)보다 20억건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재부가 부가세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면 카드 가맹점 단말기 교체 등에 가속도가 붙어 내년 초 시행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전자영수증 발행비용 인하 등 업계와 추가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부가가치세법 36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에 따라 공급자가 재화나 용역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에게 바로 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수증으로 인정되는 신용카드 매출 전표가 카드결제 직후 발급되는 이유다. 기재부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영수증 발급을 ‘무조건 종이로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규정을 수정하는 방안 추진에 착수했다. 종전에 종이영수증 발급이 자동으로 되는 단말기를 ‘On·Off’가 가능한 단말기로 바꾸고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소비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종이영수증을 출력해주는 방식이다.

문제는 카드업계의 반발이다. 현재 카드사는 종이영수증 발행비용을 100% 부담하고 있는데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전자영수증 발행 비용이 종이영수증 발행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매출 전표를 즉시 발급하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규제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는 종이영수증 발행 비용이 건당 7.7원, 카카오톡 전송 비용은 건당 5.5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영수증이 데이터로 저장만 됐다가, 소비자가 요청하는 건만 전송하게 되면 카드사로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카드사 전체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매출 전표를 전송하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카드사들은 카카오에서도 독점적 플랫폼 지위를 남용하지 않고 건당 전송 비용을 낮춰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규정이 완화돼도 카카오톡만 전자영수증 수단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고 다양한 전달 수단이 활용될 수도 있다. 영수증 발급 방법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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