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 등 대작들 개봉 미뤄져
시네마 천국 등 재개봉작이 대체
관객 급감·신작 공백 악순환 우려

[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영화관 풍경이 확 달라졌다. 관객이 끊긴 극장에는 신작 대신 이전에 인기가 있었던 명작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83만명에 불과했다. 지난 2004년 집계 이후 최저치다. 전년 동월과 대비해선 87.5% 감소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현재 좌석 판매율이 1~2%에 지나지 않는 상영관도 많다”며 “이는 전체 상영관에 고작해봐야 한두 명이 앉아서 영화를 보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제작이 끝난 영화들은 흥행부진이 예상돼 개봉을 미루고 있다. 아예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사냥의 시간’처럼 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해 작품을 공개하는 사례도 나왔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대학생 윤모씨는 “올해는 정말 극장에 안 갔다. 처음엔 코로나19 감염이 무서워서 가지 않았는데 요즘은 신작 영화가 없어서 가지 않는다”며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세계화, 장기화 됨에 따라 향후 스크린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다. 감염병 확산이 둔화돼도 신작 영화가 공개되지 않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15년 개봉해 전 세계 1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바 있는 ‘미니언즈’의 경우 당초 올해 7월 후속작을 공개하기로 돼 있었지만, 스튜디오가 있는 파리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제작이 중단됐다. 개봉도 1년 가까이 미뤄졌다.

할리우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벤져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의 시리즈로 관객몰이를 해 온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블랙 위도우’는 원래 내달 공개 예정이었지만 올해 11월로 잠정 연기됐다. 34년 만에 속편이 나온 톰 크루즈 주연의 ‘탑건’ 개봉도 6개월 늦춰졌다. ‘고스트 버스터즈’, ‘원더우먼’, ‘분노의 질주’와 같은 인기 시리즈 기대작도 모두 하반기로 개봉 시기를 늦췄다.

영화관들은 장기상영과 재개봉, 저예산 독립영화 편성, 극장 대관 서비스 등으로 빈 상영관 채우기에 나섰다. 아예 임시 휴점에 들어가거나 상영 회차를 줄이는 극장도 나왔다.

지난 2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7개의 상을 수상한 영화 ‘1917’의 경우 지난 2월 개봉해 10주째 박스오피스에 올라 있다. 대외 수상 경력이 있어 관객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평소 대형 자본 영화에 밀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독립영화들의 선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고발 영화인 ‘다크워터스’는 지난달 흥행순위 1위를 기록했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 KBS독립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도 지난 12일까지 2만3천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 CGV의 '오드리 헵번 특별전' 안내 포스터 (사진제공=CGV)

 

과거에 개봉해 인기 있었던 영화를 재개봉하는 경우도 늘었다. CGV의 경우 이용객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에 부쳐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을 열었다. ‘극한직업’, ‘트루먼쇼’, ‘빌리 엘리어트’, ‘너의 이름은.’ 등의 영화가 다시 스크린에 걸렸다. 또한 ‘오드리 헵번 특별전’으로 배우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과 ‘시네마천국’ 등의 고전 영화를 재개봉해 영화 씨네필 관심을 끌고 있다.

메가박스도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을 재상영하는 ‘명작 리플레이 기획전’을 진행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로마’를 필두로 ‘두 교황’,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 등의 넷플릭스 공개작을 극장에서 개봉했다. 이외에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녀’를 포함해 총 14편의 영화가 재개봉됐다.

롯데시네마도 ‘로씨네 로맨스 기획전’을 개최해 ‘라라랜드’, ‘미드나잇 선’, ‘레터스 투 줄리엣’, ‘원데이’ 4편의 로맨스 장르 영화를 재개봉했다. 이전엔 ‘로씨네 pick 장르명작 기획전’을 통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브리짓 존스의 일기’, ‘곤지암’과 같은 서로 다른 장르 영화를 개봉한 바 있다.

재개봉의 경우 티켓 가격도 평소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됐다. 세 멀티플렉스 영화관 모두 2D 특별 상영 기준으로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주말요금이나 좌석별 차등요금 적용도 하지 않았다.

 

▲ 메가박스가 진행 중인 대관 이벤트, '우리만의 씨네마' (사진제공=메가박스)

재개봉으로도 관객을 끌 수 없는 멀티플렉스 지점의 경우 개인 대관을 진행하기도 한다. CGV의 경우 강변, 중계, 상봉 3개 지점에서 ‘극장 빌려 혼자 영화보기’를 메가박스의 경우 ‘우리만의 씨네마’ 이벤트를 통해 상영관을 대관할 수 있다.

업계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이 없고 개봉하는 영화가 없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하고 있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향후 영화 업계 전반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멀티플렉스 극장가를 중심으로 비대면 티켓 판매와 매점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영화관 매출을 영화업계 전체로 분배하는 현재의 수익구조 개선 시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CGV, 메가박스]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