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렸던 서울 시내 면세점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신규 면세점이 대거 유입된 상황에서, 한반도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이 뚝 끊겼고 면세점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로 인한 타격은 신규 면세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고, 결국 한화갤러리아가 3년 9개월만에 면세점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은 오는 9월 종료된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면세점 사업 누적적자만 1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더 이상 꾸려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철수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한 데 이어 올해 시내 면세점까지 접으면 한화는 면세점 사업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되는 것이다.

한화가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HDC신라면세점, 두타면세점(두산), SM면세점 등 쟁쟁한 기업들이 시장에 같이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시내 면세점으로 한창 몰리면서 소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때였다.

그러나 한반도 사드 배치 등 외교적인 문제가 얽히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들었고, 지난 3년동안의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실적 역시 바닥이었다.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면세사업 부문은 2016년 439억원 손실에 이어 이듬해에도 43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239억원 영업손실이 나면서 3년 동안 누적 손실액만 10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면세점 사업 실패는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시장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화갤러리아 면세점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서울 명동 일대에 비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사업 초기부터 받았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점의 입지는 더 중요해졌다. 개별 관광객이 떠난 자리를 다이궁(代工·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채웠는데, 이들은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 2, 3개 면세점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 도심에서 먼 여의도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다이궁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여행사 등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가 증가한 것도 실적이 악화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대형 면세점은 10% 남짓한 수수료를 내지만, 모객이 덜 되는 중소면세점들은 20~30%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고객의 수가 증가해도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적자폭이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2015년 이후 시내 면세점이 기존 6개에서 13개로 증가하면서 치열해진 경쟁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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