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한국 경제 전망이 지난 4월 첫 ‘경기부진’ 판정을 받은 이후 반년째 같은 진단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상반기 이후 부진 진단이 반년째 계속된 것은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은(KDI)는 수요 위축에 대해 “수요의 활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기존 정부의 분석보다 우려의 수위를 높였다.

KDI가 지난 8일 발간한 ‘2019년 9월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돼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매판매와 설비 및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달 동안 유지했던 ‘경기둔화’라는 표현을, 올해 4월부터 ‘경기부진’으로 높인 이후 6개월째 지속적으로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등에도 단기적으로 경기 하강 우려를 내놓기도 했지만 최근처럼 6개월 넘게 부정적인 진단을 내놓은 것은 2009년 이후 유일하다.

특히 이번 부진 진단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동안 투자와 수출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수요 위축까지 명시하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분석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KDI 김성태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가장 안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달과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이번엔 소비가 특히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7월 소매판매액은 0.3% 감소해 전달(1.2%)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가전제품(-18.2%) 등을 중심으로 내구재가 -3.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7월 기온이 지난해보다 낮아지면서 에어컨 판매가 부진하면서 가전제품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은 8월에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 8월 기준 전월(95.9)보다 3.4포인트(p)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에 그쳤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넓혀 보면 –0.04%를 기록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다.

이같은 소비물가 상황과 관련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0%까지 하락했다는 것이 KDI측의 분석이다.

반면 정부는 최근 저물가 상황엔 공급·정책적 요인이 주로 기여했고 수요 측 요인은 일부만 작용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수요 활력이 다소 낮아진 것은 맞다”는 정도로 언급했다.

다만 한가지 긍정적인 사실은 올해 말부터는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기저효과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으로 10월까지 마이너스 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며 “11월엔 다시 0%대를 회복한 후 12월께 플러스(+)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 설비투자는 4.7% 감소해 전달(-9%)보다 감소폭이 줄었지만, 반도체 산업과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는 전월(-17.6%)과 비슷한 수준인 16.2% 감소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기성(-6.2%)과 건설수주(-23.3%)도 줄어드는 등 주거용 건축을 중심으로 건설투자 감소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 감소 폭은 전월(-11.0%)보다 확대된 -13.6%를 기록했다. 반도체(-30.7%)와 석유화학(-19.2%), 석유제품(-14.1%) 등 주요 품목들이 대부분 부진했다.

세계 교역량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OECD 선행지수(99.1)도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대외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이 수입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도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생산 지표는 다소 좋아졌지만 이는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7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가 하루 늘어난 것이 반영돼 전월(-0.8%)보다 높은 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1.5%→14.1%)와 기타운송장비(15.8%→26.3%)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힘입어 광공업생산도 전달(-2.6%) 대비 0.6% 증가로 전환됐다.

김 실장은 “자동차와 기타운송장비는 각각 작년 부분파업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며 “월의 생산 확대가 조업일수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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