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를 통해 사실 확인한 민간 폐기물처리업계는 당혹· 분노
◇쟁점법안인만큼 업계의견 청취와사회적합의 필요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환경부가 민간이 담당해 온 폐기물처리시장에 직접 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관련 업계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폐기물 처리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이나 전문가 의견 수렴 없이 깜깜이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식 비민주적 행정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23일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환경부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전국 곳곳에 불법·방치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 환경부가 폐기물 처리에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면서 권역별로 소각장·매립장 각각 4곳씩 8개를 설치할 것이며, 이를 위한 특별법을 준비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이 담당해 온 폐기물 처리시장에 공공 부분이 진입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이 우려되지만, 현재와 같은 처리 용량의 부족과 처리 비용 급등, 유해 폐기물의 처리를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흘 뒤인 26일에는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폐자원 안전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부 차관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데 대해 업계는 금시초문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방치폐기물이나 재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공공폐기물 처리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밝힌 바 있지만, 정부가 모든 사업장 폐기물을 처리하는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짓고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방치 폐기물이나 위험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을 짓는 것과 모든 사업장 폐기물을 다 처리하는 시설을 만드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정부는 이제까지 업계와 간담회나 설명회를 열거나, 비공식으로도 어떠한 의견 한마디도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신문 보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과연 대한민국에서 환경부 말고 어느 부처가 민간 업계를 이렇게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폐자원 안전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환경부 박천규 차관이 밝힌 대로 공공폐기물 처리시설에서 모든 사업장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특히 임이자 의원실에서 해당 법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을 당시에는 공공폐기물처리시설이 방치폐기물이나 재난 폐기물을 처리한다고만 알려졌으나, 이날 발의된 법안에는 처리 대상에서 ‘사업장 폐기물’이 추가돼 아무런 제한 없이 민간 영역에서 처리하던 모든 폐기물을 공공폐기물처리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장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내용이 업계와의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형국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이러한 쟁점 법안을 의원 입법을 통해 진행하는 것도 논란이다. 

당초 정부에서 발의한 법안은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를 통해서 확정돼 국회로 넘어오게 됨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공공폐기물처리시설 관련 법안은 쟁점 법안이므로 의견 청취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모든 절차를 생략한 채 이른바 ‘청부 입법’을 통해 국회로 제출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 한 보좌관은 “정부가 업계 반발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군사작전 하듯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렇게 권위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폐기물처리시설은 사회적 논란이 크고, 업계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이 많은 만큼 공공폐기물 처리시설이 그 목적에 맞게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듣는 등 신중한 검토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폐기물 처리 시설 관련 협회 관계자는 “현재 업계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이며, 곧 업계 총의를 모아 정부와 국회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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