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기현 형제 출석불응·도피로 사건 연장돼”…일관된 참고인 진술, 검찰 단계서 번복 “경위 의심”

김수영 / 기사승인 : 2019-12-05 11: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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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검찰이 수사 지휘하고 영장기각…수사 무력화·면죄부 부여”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경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 비리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불기소한 데 대해 당시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울산지방경찰청이 검찰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한 내부 문건이 있는 것으로 5일 전해졌다.

이날 연합뉴스가 입수해 확인한 지난 6월 작성된 울산경찰청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경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해 피의자를 보호하고 변호하려는 입장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경찰청이 수사한 김 전 시장 측 비리 의혹 사건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 레미콘 납품했다는 의혹 △김 전 시장 동생이 북구 아파트 건설 불법 계약에 연루됐다는 의혹 △김 전 시장이 국회의원으로 있던 당시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다.

이 중 현재 논란이 되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은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과 관련된 의혹이다. 당시 울산경찰청은 A비서실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올해 3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한편 이날 알려진 울산경찰청의 내부 보고서는 올 6월 작성된 것으로,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지난해 1월 울산 북구의 아파트 건설 시행권을 따주는 대신 건설업자로부터 30억 원을 받기로 계약했다는 의혹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고발된 사건인 만큼 종기 종료될 수 있었음에도 김 전 시장 동생과 형의 거듭된 출석불응 및 도피로 지방선거 근접한 시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는 6월 13일이었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 것은 지방선거 직후인 7월의 일이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수사를 빙자한 노골적 관권선거에 대한 처벌과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맹우

울산경찰청은 보고서에서 “최대한 사건을 빨리 해결하려고 김 전 시장 동생과 형에게 5차례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두 사람이 함께 등록된 주소지에 3차례 방문했으나,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등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가족이 나서 조직적으로 도피시키려 노력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신속하고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면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었던 사안을 ‘울산시장 형제비리 사건’으로 연일 전국적 관심사로 만든 것은 경찰이 아니라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이라 주장했다.

또 “고발인이 제출한 증거자료만으로는 김 전 시장의 혐의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피고발인 신분이던 김 전 시장을 참고인으로 전환했다”면서 “김 전 시장을 낙선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그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했겠지만 원칙에 따라 참고인으로 전환했고 소환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직접적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핵심 참고인들을 4차례에 걸쳐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조사관을 3차례 변경하면서도 김 전 시장 동생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건 송치 후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이들이 검찰 수사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 경위를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교묘하게 자의적으로 왜곡해 기재한 자가 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또 경찰은 당시 검사의 지휘 사안과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관련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지만 정작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고도 전했다. 검사 지휘에 따라 수사기일을 연장도 건의했지만 검찰이 이마저도 기각했다고 한다.

울산경찰청은 “이 사건을 통해 검찰이 어떤 식으로 경찰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는지 드러났다”며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비리 정점에 있는 피의자들에게 어떻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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