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보험 자기부담금 환급’ 논란…소비자 권리인가 보험원칙 파괴인가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4 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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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내용과 무관한 사진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자동차 사고 발생 시 손해액의 일부를 보험회사가 아닌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자기부담금제도가 논란이다. 보험사가 자기부담금을 환급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면서다.

소비자보호단체는 보험사들이 자기부담금을 자발적으로 환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 환급은 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 중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기부담금이 논란이 된 것은 지난 4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가 자기부담금 환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자기부담금제도는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담보에 가입한 보험계약자에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손해액(수리비 등)의 일부를 보험회사가 아닌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종전에는 보험 가입 시 선택한 금액 만큼만 부담하는 정액형 방식이었으나, 과잉 수리 등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2011년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정률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한 변호사는 쌍방과실 차대차 사고에서 자차수리해서 자기부담금이 발생한 경우 자기부담금 상당액을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반환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변호사는 대법원 2014다46211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 2014다46211 판결은 화재사고에 대한 판결로, A의 과실로 B의 창고에 화재가 발생해 B는 자신이 가입한 화재보험으로 3억2000만원을 보상받고 A에게 나머지 3억4000만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에 대법원은 A의 손해배상책임액 산정 시 B가 수령한 보험금을 공제해서는 안 되고, B에게 남은 손해액이 있을 경우 A의 손해배상책임액 한도 내에서 이를 청구할 수 있고, B의 보험회사는 A의 손해배상책임액과 B의 남은 손해액의 차액에 대해서만 대위권(제3자가 다른 사람의 법률적 지위를 대신해 행사하는 권리)을 행사할 있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보험사의 대위권보다 보험가입자의 구상권이 우선한다고 판단한 점이다. 이를 자동차보험의 자기부담금제도에 대입하면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자차 수리로 자기부담금이 발생한 경우, 상대보험사에 청구한 수리비 중 자기부담금을 환급해줘야 한다.

실제로 이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제7-1민사부는 자동차 사고 피해에 대한 보험사 간의 구상금 분쟁을 다룬 ‘2019나25676 구상금’ 판결에서 “보험가입자가 낸 자기부담금은 나중에 가입자가 달라고 요구할 때에는 상대방 보험사는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 변호사는 “연간 110만대의 자동차들이 자차보험 처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자기부담금인 20만원씩 보험사가 가져갔다고 보면 고객들이 돌려받아야 할 돈은 연간 2000억원, 소멸시효 전 3년간 6000억원에 달한다”며 “가입자가 요구하면 보험사는 무조건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과 ‘소비자와 함께’도 지난달 성명을 통해 “자동차보험에서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받은 구상금의 ‘자차 자기부담금’은 ‘소비자 몫’으로 소비자에게 우선 보상해야 하므로, 자차 자기부담금은 소비자에게 소비자에게 환급해 주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보험사들이 자기부담금을 자발적으로 환급해 주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의 자차 자기부담금 환급 민원을 접수해 일괄적으로 청구하고, 그래도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자기부담금을 환급하는 경우 사고 예방과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한 자기부담금 제도가 무의미해지고, 보험료 인상 등 계약자 전체에 불이익을 미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부담금은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절감, 보험자의 비용 절감 및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것인데, 이러한 취지는 자기부담금을 피보험자 스스로 부담할 경우에만 달성될 수 있다”며 “자기부담금을 최종적으로 자차보험 보험사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되면 자기부담금 약정은 무의미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연구위원은 화재보험에 관한 대법원의 2014다46211 판결의 취지를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자차보험의 보험료는 상대방 과실부분은 상대방의 대물배상보험으로 처리하고 자기부담금은 피보험자 스스로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산출된다”며 “자차보험의 기능, 자기부담금 약정의 취지, 보험료 산출의 전제사실, 당사자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자차보험의 자기부담금은 상대방 또는 상대방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남은 손해액’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남은 손해액에 대한 피보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보험자대위보다 우선한다는 대법원 2014다46211 판결은 자차보험 자기부담금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아직 자동차보험의 자기부담금 환급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없는 상황이라, 자기부담금을 둘러싼 소비자와 보험사간의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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