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文 친서 공개’로 의도적 망신주기?…靑 “아쉬워”

▲문재인 대통령.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오는 25일 열리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발표하며 문 대통령의 초청을 공식 거절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 5일 남조선의 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통신은 “우리는 남측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부산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어놓고 학수고대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며 “그리고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리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통신은 “남조선당국도 남북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 조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남북관계문제를 들고 미국으로 구걸행각에 올랐다니”라고 비난했다.

이어 “과연 지금의 시점이 남북수뇌 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행성의 전파를 타고 흘러드는 소란스러운 울림들을 통해 이남 땅의 정서가 심히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도 알만큼은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현 정권을 ‘친북정권’이니, ‘좌파정권’이니 하고 입을 모아 헐뜯어대고 그 연장선에서 ‘남북군사합의파기’를 떠들며 우리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전 정권에서도 감히 들어볼 수 없었던 ‘북한 정권 교체’니, ‘북한 붕괴 유도’니 하는 망언까지 튀어나오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사이의 근본문제,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남북수뇌들 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저들이 주도한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 넣어 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통신은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을 어찌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남북수뇌 분들이 두 손을 높이 맞잡은 역사적 순간에 비길 수 있겠는가”라며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남북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북한의 아세안정상회의 불참 의사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김정은을 겨냥한 듯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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