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대응 총 책임자라는 말에도…야당 의원 질문 전엔 못 보낸다
상황 심각성 인지하려는 시도조차 없어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강원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속초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던 4일 늦은 오후, 홍영표 국회 운영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의 이석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홍 운영위원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후부터 사정이 있어 안보실장을 일찍 떠나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합의를 안 해줬다.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보실장은 위기대응 총 책임자다. 대형 산불이 나서 민간인들 대피까지 하고 있는데 대응 책임자를 우리가 이석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은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 발언에 심한 유감을 표한다. (홍 운영위원장은)여당 원내대표가 아닌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것”이라며 “운영위원장으로서 공정한 진행을 해달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정 실장 빨리 보내드리고 싶다”며 “그러면 순서를 조정하셨으면 된다. 우리 야당 의원들 하게 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실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 의원이 정 실장에게 질문할 때까지 있다가 자리를 뜨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발언권을 얻은 한국당 송석준 의원이 제한시간을 넘긴 채 발언을 계속하자 홍 운영위원장은 “너무하지 않느냐”며 송 의원을 질책하기도 했다.

홍 운영위원장은 “의원님들 지금 모니터를 켜서 속보를 한 번 보시라. 화재 3단계까지 발령됐다. 전국적으로 번질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 책임자가 이석을 하도록 하는 문제의식을 함께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직후 홍 운영위원장은 정 실장에게 이석하라고 전하며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정의용 안보실장이 이석한 시각은 밤 10시 38분, 노영민 비서실장은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난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이석할 수 있었다. 

▲ 지난 4일 오후 11시 46분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이석한 직후의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까지 번진 산불.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가 뭔가 방해하는 것인 양 말하면 안 된다”며 “청와대 사람들 보기가 쉬운가. (올해)처음 하는 업무 보고니 그렇게 말하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또 운영위 회의 종료 후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는 “회의 중이라 화재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 실장이 가야 하는 내용도 충분히 파악하기 힘들었다”며 “거의 30분 안에 마무리가 될 수 있었기에 요구한 것”이라 해명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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