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안심전환대출로 쌓아올린 이미지 ‘와르르’

▲ [이미지출처=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이 있다. 최근 주택금융공사가 ‘실수’로 던진 돌에 서민 한 명이 억울하게 신용불량자로 살게 됐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최근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며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나선 가운데, 모순적이게도 과거 한 40대 남성을 억울하게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던 정황이 확인 됐다.

MBC 뉴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0대 남성 A씨는 개인회생 진행으로 채무를 모두 탕감했으나, 주택금융공사 직원의 실수로 억울하게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힌 채 3년을 살게 됐다. 뒤늦게 실수를 인정한 주택금융공사 측은 A씨의 연체기록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억울한 3년의 시간을 보상할 만한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택금융공사의 어이없는 실수는, 최근 서민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본인 명의의 주택을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신경 쓰면서, 9백만원의 전세자금대출도 갚지 못 한 ‘진짜 서민’에게는 실수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족쇄를 채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빚 탕감 3년 지나도…아직 신용불량자?
억울한 낙인…돌아온 답은 “직원 실수”


40대 직장인 A씨는 8년 전, 주택금융공사에 남아 있는 9백만 원의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여러 빚을 묶어 채권자 목록에 포함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그 후 5년 동안 변제금을 꾸준히 갚은 A씨는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았다는 것은, 개인회생 신청 시 채권자 목록에 포함 됐던 빚은 모두 탕감이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채무를 탕감한 A씨는 이듬해 1월 직장인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돌아온 건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되어 있어 대출이 안 된다”는 황당한 답변이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에서 A씨를 대출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 상태로 등록한 것이었다.

문제없이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를 모두 해결한 것으로 알고 있던 A씨는 주택금융공사 측에 항의했지만 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에서 면책을 받았어도 채무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택금융공사의 이 같은 입장이 이해는 가지 않았지만 A씨는 일단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2년 동안 대출 상환금을 모은 후 공사에 연락을 취했다.

이때도 주택금융공사는 A씨를 다시 한 번 당황하게 만들었다. “받을 돈도 없고 줄 돈도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분명 2년 전에는 개인회생 면책을 받았더라도 9백만원의 남은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야 신용불량 상태를 해제해줄 수 있다고 말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반응이었다.

이는 A씨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던 8년 전, 법원은 주택금융공사 측에 A씨의 개인회생 진행 사실을 알렸으나 공사 직원이 실수로 A씨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하면서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대로라면 개인회생 신청 시 법원 인가가 떨어지면 변제계획안에 따라 채권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채무에 대한 별도의 상환 의무가 사라지게 되고, 채무자가 법원에 매월 납부하는 변제금으로 해당 채무에 대한 변제가 이뤄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체가 발생해 A씨가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는 당초 주택금융공사 측의 입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 등의 의견이다.

주택금융공사는 A씨의 개인회생 신청에 대한 인가 사실을 법원으로부터 통보받았지만 해당 채무를 연체로 등록하고, A씨를 신용불량자로 등록했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 후에도 주택금융공사 측은 A씨가 개인회생 변제금을 5년 동안 모두 납부하고 면책이 되었다고 직접 확인을 시켜 줬는데 요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한 것이 논란의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2년 전 A씨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개인회생 면책을 받은 사람이 아직도 신용불량자로 등록이 되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다시 한 번 확인만 해봤어도 A씨를 억울하게 무려 2년이나 더 신용불량자로 살게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지적이다.

주택금융공사 측의 이 같은 안일한 대처 때문에, 빚에 시달리다 개인회생까지 진행했던 A씨가 2년이라는 시간을 더 시달리게 됐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없는 빚’이었던 것이다. 주택금융공사 직원의 어이없는 두 번의 실수로, 한 명의 서민이 억울하게 신용불량자로 등록 되면서 졸지에 ‘금융 감옥’에 갇혀 살았던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면서, 서민을 위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는 듯 했으나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이에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실수로 저희가 등록을 했습니다. 그것이 해제가(연체기록 삭제가) 안 되고 있다가 고객님의 항의를 받고 올해 풀어주고 다시 원상회복조치를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이미 해결된 일이라는 식의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A씨의 잃어버린 시간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자신 외에도 이처럼 억울하게 신용불량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A씨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주택금융공사는 허술한 채무자 관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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