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 승진
부사장 연령대 50대…점유율 확대 기여한 인물 대거 발탁
연차·성별·나이 배제하고 성과에 집중…42세 상무 탄생
외국인·여성 신규 임원 10명 선임…다양성 확대 기조 지속
소프트웨어 인재 21명 임원 합류…경쟁력 강화 의지 드러내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4일 임원과 펠로우, 마스터 등에 대한 정기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부사장 31명, 전무 55명, 상무 111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 등 총 214명이 승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2.1% 늘어난 것으로, 지난 4년간 삼성전자의 승진자 규모는 축소됐었다. 2016넌 90명에서 그해 말 221명으로 늘린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58명, 162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엔 미중 무역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비대면 문화의 일상화, 세계 IT기업들의 공격적 M&A와 같은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지고 있다. 이에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수요에 적기 대응하고,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 노력해왔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성과를 치하하기 위해 승진 폭을 확대했다. 

 

우선 31명을 부사장으로 올려 경쟁력을 강화했다. 승진자의 연령대는 50대를 넘기지 않았다. 가장 나이가 적은 인물은 68년생인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부사장)이었고,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부사장)과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이 62년생으로 최연장자에 속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에서 점유율 확대에 기여하는 등 경영 성과를 만든 인물들이 발탁됐다. 또 공정개발과 첨단 기술력을 통해 반도체 등 주력사업에서 초격차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 인물들도 영전했다.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하는 동시에 실무를 책임지는 팀장급의 연령대를 낮춰 조직에 역동성을 더했다. 

 

고승환 VD사업부 구매팀장(부사장)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널 가격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별 부품 공급 운영의 불확실성 해소했다. 이강협 생활가전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가전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비스포크 등 고객 맞춤형 혁신 제품 라인업 강화와 판매 확대를 통해 가전 연간 매출 신기록 달성에 기여했다. 김학상 무선사업부 NC개발팀장(부사장)은 무선 상품화 하드웨어 전문가로 갤럭시탭·갤럭시북 시리즈 개발을 주도해 태블릿 PC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고 견고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역할했다. 최방섭 SEA법인 모바일 비즈니스장(부사장)은 모바일 영업 전문가로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북미 스마트폰 매출과 시장점유율 확대, 손익 개선 등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최승범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은 기술전략 전문가로 AI(인공지능), 로봇, 차세대 통신의 기술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는 등 미래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인택 종합기술원 재료연구센터장(부사장)은 나노재료 및 소자개발 전문성을 토대로 디스플레이 퀀텀닷(QD) 소재, 차세대 메모리용 High-K 물질 등 핵심 소재개발을 주도하고 성과를 창출했다. 

 

윤태양 글로벌인프라총괄 평택사업장(부사장)은 개발부터 양산에 걸쳐 공정·설비 노하우가 뛰어난 제조기술 전문가로 신규라인 셋업과 설비 최적화 문제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다. 이석준 시스템LSI사업부 LSI개발실장(부사장)은 다양한 제품 개발을 경험한 회로 설계 전문가로 DDI, 파워, 보안 등 LSI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신규사업 확장에 공을 세웠다. 황기현 반도체연구소 파운드리 공정개발팀장(부사장)은 Diffusion 공정개발에 대한 세계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가로 D램, 낸드, 로직 등 차세대 제품의 독보적 공정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인재 경영 기조는 더욱 뚜렷해졌다.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연령, 연차에 상관없이 성과가 우수하고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삼성전자는 성과주의 기조를 강화해왔는데, 2016년 8명 수준이었던 ‘깜짝 발탁’은 2017년 말 13명, 2018년말 18명, 2019년 24명으로 늘렸고, 올해에는 가장 많은 25명이 등용됐다.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한편, ‘성과에는 확실히 보상한다’는 메시지는 내부에 던진 셈이다.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은 1년,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부사장)은 8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기수 부사장은 가전 개발·상품전략 전문가로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AI 세탁기 등 혁신 가전 기획과 개발을 통해 가전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다. 이준희 부사장은 무선통신 기술 전문가로 5G vRAN(기지국 가상화 기술) 상용화를 주도해 미국 보라이즌 등 글로벌 통신사업자로부터 대형 수주를 따내는 데 기여했다. 

 

정호진 한국총괄 CE영업팀장과 이진엽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장은 1년만에 전무로 전격 승진했다. 정 전무는 CE(소비자가전)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올해 코로나19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혁신 제품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국내 CE 매출을 늘렸다. 이 전무는 플래시 제품 설계 전문가로 V낸드 적층 기술을 발전시켜 제품의 양산성과 특성, 품질 등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했다. 

 

특히 70년대생 임원 발탁이 늘어났다. 박성제 VD사업부 TV개발랩 상무와 김민우 무선사업부 영업혁신그룹 상무, 이윤수 삼성리서치 AI 서비스랩장 상무, 노강호 메모리사업부 소프트웨어개발팀 상무, 최현호 종합기술원 유기소재랩 상무 등은 모두 70년대생이었다. 최현호 상무는 42세로 가장 젊였다. 

 

조직 혁신과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문턱을 낮추려 했다. 2016년 외국인·여성 승진자는 통틀어 3명에 불과했지만 2017년 11명을 넘어선 뒤 지금까지 1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도 외국인·여성 신규 임원은 10명이 선임됐다. 미국과 네덜란드, 러시아, 일본 등에서 현지 영업을 책임져 온 인물들이 임원으로 기용됐다. 또 각 분야 여성 전문가들이 신규 임원에 등용됐다. 이 중 소프트웨어·빅데이터 전문가인 이윤경 삼성리서치 데이터분석랩 상무는 79년생으로 40대 초반에 임원이 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됐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였다. 삼성전자는 2016년 7명의 소프트웨어 인재를 발탁한 이래 2017년 15명, 2018년 12명, 2019년 10명으로 줄어들었다가 올해 다시 21명까지 대거 확충했다. 주로 전장과 무선사업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라는 점에서 해당 분야 기술력 제고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더불어 회사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로 펠로우 1명, 마스터 16명을 선임해 최고 기술회사 위상을 강화했다. 펠로우와 마스터는 2016년 7명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두 자릿수를 유지했고, 올해엔 17명의 최고 전문가가 탄생했다. 반도체 공정과 차세대 고속충전 기술, 미래 반도체 기술력을 지닌 인물들이 발탁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로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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