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서 ‘불안’으로 바뀐 이재용의 말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4 11: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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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두려워하지 말자” 희망·격려 보내더니
“가혹한 위기” “자칫하면 도태” 위기감 드러내
열흘 사이 DS·IM·CE 핵심 경영진과 릴레이 간담회
“사법리스크로 글로벌 복합 위기에 좌초될까 불안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조가 달라졌다.

 

긴장하되 두려워하지 말자”(지난해 8월 주요사장단 회의)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고 했던 이 부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글로벌 기업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둘러봤을 만큼 희망과 격려가 담긴 언행을 보여줬던 그다.

 

그러나 최근 이 부회장은 위기’ ‘도태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9일 반도체연구소를 찾은 자리에서 가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있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더니 나흘 뒤 생활가전사업부 주요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선 경영환경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자칫하면 도태된다. 흔들리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자. 우리가 먼저 미래에 도착하자고 했다.

 

현장경영 행보에서도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 부회장은 열흘 사이 삼성전자의 3대 사업부문인 반도체(DS), 무선·모바일(IM), 생활가전(CE) 핵심 경영진과 만나 현안과 미래전략을 직접 챙겼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하루에만 DS, IM 경영진을 모두 만나는 강행군을 했다. 이 부회장이 경영진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 전후였던 지난해 여름이 마지막이었다.

 

이처럼 부쩍 위기감을 드러내며 현장경영의 속도를 올리는 것은 삼성이 맞닥뜨린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TV와 스마트폰 등의 판매량 감소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총 TV 출하량은 23759000대 수준으로 전년(22291만대) 대비 8.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QLED TV 출하량 전망치도 7975100대로 3월 전망(8129700)에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사정도 다르지 않다. 관련업계는 2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5200~5400만대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폐쇄와 공장 가동 중단 등의 타격을 입은 탓이다. 이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대 30%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공들이는 반도체 부문도 빨간등이 켜졌다. 물류 이동 제한 등으로 북미와 유럽의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인해 D램 반도체 현물 가격은 두 달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물가가 고정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했던 만큼 3분기 고정거래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실적도 감소할 수 있다. DDR4 8Gb의 현물가격은 43.60달러에서 지난 231개당 2.82달러까지 떨어졌다. 4월 전월 대비 11.9%에 달했던 D램 고정가격 상승폭 또한 지난달 0.61%로 둔화되는 등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큰 부담이다.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이들은 삼성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CXMT가 연내 17나노급 D램을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고 YMTC128단 낸드플래시 제품을 올 연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14나노 공정을 7나노 공정으로 높이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미국 반도체 공급 규제를 추진하는 것이나 한일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삼성의 경영 시계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 역시 위기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최종 판가름된다. 이 부회장에게 기소 권고가 내려질 경우, 또다시 지난한 재판에 휘말리게 된다. 신속한 대응은커녕, 시장에서의 우위 선점을 위한 경영적 판단도 늦춰질 수 있다.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혀, 글로벌 위기의 파고를 넘어 코로나 이후 생존전략을 짜야 할 때 낙오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해지면서 기업이 예측하기도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던져졌다오너의 책임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기소 등으로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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