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오른쪽) 사무총장과 박주민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법과 공수처법 4+1 협의체 합의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23.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표결에 들어간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 각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고, 이에 격렬히 반대하며 협상을 거부하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민주당은 다른 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4+1협의체’를 구성해 단일안 마련에 나섰다.

당초 공수처법은 백 의원 안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왔다. 이에 반해 권 의원 안은 대통령의 공수처장 임명이나 공수처의 기소권 등에서 부분적 제한을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협의체의 단일안 마련 과정에서 권 의원이 제시한 ‘기소심의위원회’나 공수처장 인사청문회시 국회 동의를 요한다는 요건 등은 결국 제외됐다. 기소심의위의 경우 심의위가 오히려 법률적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본회의 표결을 앞둔 협의체의 단일안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공수처의 독립성 등과 관련해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권한을 함께 갖는 공수처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면서 초법적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협의체가 제출한 공수처 수정안(단일안)과 권은희 의원이 28일 제출한 수정안의 차이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수사대상범죄 = 협의체 안은 공수처가 고위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모든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반면, 권은희 의원 안은 부패와 관련된 범죄만을 수사할 수 있도록 수사범위가 다소 완화됐다.

여기서 말하는 ‘고위공무원’의 주요 대상에는 △행정부의 경우 대통령,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지자체장(특별자치단체장을 포함)과 교육감,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검찰총장 및 검사, 장성급 장교, 금융감독원장,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3급 이상 공무원 등을 말한다.

△입법부에서는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국회사무처 정무직 공무원 등이 포함되고 △사법부에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산소장과 헌법재판관, 판사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다.

백 의원 안은 장성급 장교의 경우 퇴직자도 수사 대상이 되는 반면, 권 의원 안은 퇴직 장교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단서가 삭제됐다.

◆ 공수처의 구성 = 공수처 구성원의 임명은 공수처법 상 백 의원과 권 의원 안의 두 가지 핵심사항 중 하나다. 먼저 처장의 경우, 백 의원 안은 7명으로 구성된 공수처장 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장관 등의 임명절차와 마찬가지로 국회의 동의는 요하지 않는다.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장 추천위와 별도로 구성되는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역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수처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 등 일정 자격을 가진 자 중 공수처장이 직접 임명한다.

권 의원 안 역시 청문회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 점은 같으나, 공수처장 뿐 아니라 차장까지 추천위에서 두 명의 후보를 추천받도록 한다. 추천위가 처장 후보자 두 명을 추천한 뒤 대통령이 지명한 자가 청문회를 거치고 처장이 차장 후보자를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백 의원 안과 달리, 권 의원 안은 처장·차장 후보자를 각 한 명 씩 추천한다. 이후의 절차는 백 의원 안과 동일하다(차장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음).

또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백 의원 안과 달리 인사위 추천을 받아 공수처장이 임명한다. 수사관 또한 같다.

◆ 공수처장(및 차장) 추천위원회 구성 = 처장 및 차장(백 의원 안은 처장만 추천위의 추천을 받음) 추천위원회는 국회에 설치된다. 필요에 따라 특별위원회로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백 의원 안의 공수처장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반면 권 의원 안의 공수처장·차장 추천위는 여당 추천 3명과 야당 추천 4명 등 7명이 원칙이지만 국회 의석 비율에 따라 이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여당에 제약이 심한 부분인데, 여당은 의석의 과반을 점한 경우라도 3명 이상을 공수처장·차장 추천위원으로 추천할 수 없지만 야당의 경우 야당 전체 의석 점유율에 따라 최소 4명에서 최대 7명까지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령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50석을 얻든 200석을 얻든 공수처장 추천위에 3명만 추천할 수 있지만, 야당은 민주당에 200석을 내줘도 최소 4명을 추천할 수 있고, 여소야대가 심화된 경우 7명까지도 추천할 수 있다.

◆ 인사위원회 = 공수처 검사 및 수사관의 임용을 위해 공수처 내부에 설치되는 인사위는 공수처장이 위원장이 되며 위원장을 포함해 차장, 여당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에 추가로 처장이 위촉한 1명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백 의원 안이다.

권 의원 안은 처장이 위촉하도록 한 ‘학식과 덕망 있고 각계 전문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1명’을 제외하고, 야당이 3명을 추가하도록 한 차이가 있다.

◆ 수사권·기소권 분리 및 재정신청 = 이는 백 의원과 권 의원 안이 구분되는 핵심 사항이다. 공수처는 앞서 언급한 ‘고위공직자’의 ‘범죄’와 관련한 수사권을 갖는다.

협의체는 이 중 ▲대법원장·대법관 ▲판·검사 ▲검찰총장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의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고위공직자는 검찰이 공소권을 갖는다.

공수처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인이 직접 서울고등법원에, 검찰이 공소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장이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적부 심사를 요청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원의 재정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검사는 기소 및 공소 유지 의무를 진다.

반면 권 의원 안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없애고 수사권만을 부여한다. 기소는 검찰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공수처가 기소의견으로 송부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처분할 경우 공수처장은 이의 적부 심의를 위해 법원에 기소심의위원회를 요청할 수 있다.

기소심의위는 일반 국민 15~20명으로 당해 법원이 위촉하고 위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결하도록 했고, 기소심의위의 의결은 재정신청과 마찬가지로 기소의 효력을 갖는다. 검찰의 기소권 행사 적부를 국민적 차원에서 견제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정신청의 결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수정안의 이같은 내용은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재정신청을 거치겠다고 하지만 재정신청이 실제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타 수사기관과의 관계 = 공수처가 출범하면 공식 수사기관이 경찰·검찰·공수처 등 세 개인 관계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협의체 단일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한해 수사 우선권을 갖는다. 다른 수사기관과 동일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우 공수처는 사건의 이첩을 요구하고, 다른 수사기관은 이에 응할 의무를 진다. 마찬가지로 공수처 역시 다른 기관이 맡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겨질 경우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

반면 권 의원 안은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하더라도 해당 수사기관 장이 효율성이나 진행 경과 등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이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이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다. 또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이첩할 수 없도록 했다.

최근 검찰은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수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협의체 단일안에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협의체 수정안 제24조 제2항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해당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이는 공수처가 사실상 수사기관이 정보기관이 될 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의 상급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 지적사항의 핵심이다.

그러나 협의체 의견은 다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검·경이 다른 수사를 하다 보면 고위공직자 범죄가 연루돼 나오기 마련이다”라며 “고위공직자 수사는 기본적으로 공수처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공수처에 통보를 하는 것”이라 반박했다.

이어 “다만 다른 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공수처장은 그 수사기관에게 사건을 그대로 이첩해서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 수정과정을 검찰 쪽과도 얘기가 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검찰은 4+1의 공수처법 합의안이 공개된 이후 독소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논의과정에서 해당 조항과 관련해 검찰에 알려오거나 검찰의 의견을 청취 또는 협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19.12.28. (사진=뉴시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 본회의를 열고 공수처법 표결에 들어간다. 29일 0시를 기해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며 한국당이 신청한 공수처법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역시 자동으로 종료됐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 내에서만 유효하며, 필리버스터 대상이 된 안건은 다음 회기에 자동으로 표결에 들어간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탈당파는 공수처법에 결사반대 입장인데다 한국당의 경우 선거법 ‘페이퍼정당’ 전략과 달리 공수처법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이날 역시 본회의 개의 전 여야는 극한 대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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