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일가 피감기관서 수척억 수주 의혹
여론은 "이행충돌 맞다"..국민청원도
권익위·민주당, 법 제정 속도

▲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최근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이해충돌’ 논란의 중심에 서자 7년 동안 묵혀있던 ‘이해충돌 법안’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6년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박 의원은 가족 소유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인 국토부, 서울시 등 수천억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의혹이 확산하자 국회 국토위에서 환경노동위원회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두 차례 연 기자회견에서는 결백 주장과 함께 정부·여당의 ‘정치 공세’라며 맞섰다.  

이해충돌법은 공직자의 사적 이익과 공익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서로 부딪히는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법은 지난 2013년 김영란법과 같이 추진된 바 있으며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본래 김영란법의 초안은 ‘부정청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를 양대 축으로 했으나 심의 과정에서 포괄적이고 애매하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박 의원이 이해충돌이 맞다는 주장이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이에 관한 방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8.2%p의 격차로 박 의원의 상임위 활동이 이해충돌인 것에 동의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박 의원의 상임위 활동이 이해충돌이라는 의견에 대한 동의 여부를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한 결과, ‘동의’ 응답이 45.9%, ‘비동의’ 응답은 37.7%로 나타났다.

또, 수천억대 이해충돌에 특검을 실시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민의 대표라고 매년 수억원의 혈세를 지원받는 국회의원이 자신과 일가족의 사적인 탐욕을 위해 장기간동안 국민을 우롱한 것을 넘어 막대한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이해충돌 방지법이 빛을 볼 수 있을까. 정치권은 ‘박덕흠 사태’를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원칙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며 이해충돌방지법에 공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안 처리를 목표로 가속도를 붙였다. 이들은 당내 정치개혁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이해충돌과 관련된 세부적 기준의 규정 마련과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할 시 처벌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개혁TF 단장인 신동근 최고위원은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리 종합세트 박 의원은 최악의 이해충돌 당사자일 뿐 아니라 (범죄)혐의도 받고 있다”며 “박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이해충돌방지법 등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피력했다.

또,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익 추구행위를 할 경우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해충돌과 관련해 300명 국회의원의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해충돌 방지법을 수차례 발의했던 국민권익위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박 의원을 계기로 이해충돌 방지법의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국회 입법 논의 활성화를 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발의해 현재 법률안은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 이다.

권익위는 이해충돌의 개념을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규정했다. 법률안은 공직자가 직무수행과정에서 당면하는 이해충돌 상황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지켜야 할 8가지의 구체적인 행위기준들을 담고 있다.

행위 기준은 △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인 경우 신고, 회피, 기피 △ 직무관련자와의 금전 등 거래 시 신고 △직무수행 공정성 해치는 외부활동 금지 △ 공공기관 물품의 사적사용 및 수익 금지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 고위공직자 및 채용업무 담당자의 가족채용 금지(공개, 경력경쟁 채용은 제외) △ 고위공직자 및 계약업무 담당자 본인 또는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 존, 비속과 수의계약 체결 금지 △ 고위공직자의 임용 전 3년간 민간 부문 업무활동 내역 제출이다.

일각에서는 이해충돌이 지난 20대처럼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되다 다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대 국회에서 ‘손혜원 의원 투기 의혹’으로 이해충돌방지법이 논의됐지만 정쟁 속에서 흐지부지 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채이배 전 의원은 “권익위가 ‘확인 중’이라며 법안 마련을 미루고 있던 중에 손 의원 사건이 터졌고 그동안 연구하고 의견을 받아 나름대로 만든 안을 가지고 2019년 2월에 발의를 했다”며 “하지만 여야가 이를 정쟁의 꺼리로만 사용했을 뿐 정책적으로 법안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선거법 논란,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가면서 정상적으로 법안을 논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해충돌 법안 자체가 의원들 자신의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 나서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법은 업무에서 어떻게 배제시킬 것이냐에 대해 굉장히 논란이 많기 때문에 다루기가 힘들었던 것”이라며 “내가 꼭 이해충돌 상황이어서가 아니라 ‘나도 나중에 이런 게 걸릴 수 있지 않나’라는 우려가 생기기에 적극성을 못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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