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스마트폰 업체 선점 경쟁 가열
중국 오포, 시제품 깜짝 공개…기선 제압
LG전자, 상표 등록 마쳐…내년 3월경 공개
삼성전자, 스크린 방식 도입 관측 무성

▲ LG전자 롤러블폰 렌더링 이미지 (사진=렛츠고디지털)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폼팩터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바 타입 폼팩터가 주도해왔던 스마트폰 시장은 최근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4년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총 19292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G(5세대 이동통신) 확산, 폴러블과 롤러블 등 새로운 폼팩터의 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업체들은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폴더블폰으로 치고 나갔고, LG전자는 아예 폼팩터 차별화를 선언하며 참전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 오포도 뒤질세라 롤러블을 적용한 콘셉트폰을 공개해 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최초는 우리중국 오포의 오포X2021’ 공개

 

최초타이틀에 집착하는 중국. 이번에도 롤러블폰을 먼저 공개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지난 17일 이노데이 2020 행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오포X 2021’을 깜짝 공개했다. 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펼치는 구조로 평상시엔 6.7인치의 바 형태 스마트폰으로 쓰다가 필요할 땐 화면을 늘리는 롤러블 방식을 택했다. 롤 모터를 탑재해 버튼을 누르면 돌돌 말려 있던 디스플레이가 최대 7.4인치까지 늘어난다. 소형 태블릿 PC로 인기가 높은 아이패드 미니5(7.9인치)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재생하는 콘텐츠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능도 있다.

 

행사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유튜브를 통해 구동 영상을 공개한 것을 고려하면, 콘셉트폰이기는 하지만, 개발은 일정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포는 이날 롤러블폰 상용화 시기나 가격 등의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중국 업체들의 김빼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삼성전자가 20193월 세계 최초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 출시를 예고하자, 중국 로욜은 지난 201811월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인 플렉스파이(FlexPai)를 출시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가 두껍고 무거운데다 표면이 쭈글쭈글해 완성도가 떨어져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후 샤오미도 지난해 1월 말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린빈 총재가 자신의 웨이보에 샤오미 폴더블폰을 사용하는 동영상을 올렸지만 실제 출시로 이어지진 않았다.

 

오포는 세계 최초 홍보마케팅을 위해 상용화 일정도 잡히지 않은 제품을 공개했다는 논란을 염두에 둔 듯 개발 과정에서 특허 122개를 출원했다고 강조했다이 때문에 업계는 LG전자를 겨냥한 기선제압용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롤러블 기술, 우리가 압도적” LG전자 출사표

 

현재로서 가장 상용화 시기가 앞설 것으로 점쳐지는 것은 LG전자다. 지난 9LG윙 온라인 공개행사 말미 차기 폼팩터 영상을 깜짝 공개했다. 까맣게 변한 화면 위로 스마트폰의 실루엣이 등장했다. 말렸다가 펼쳐지는 동작으로 롤러블폰임을 암시하면서 “Hold Your Breath, LG Explorer Project(LG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숨죽이고 기다리세요)”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개발이 진행 중이긴 하나 구체적인 스펙이나 출시 일정 등에 대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제품 출시를 위한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미국 특허청에 폴더블폰 관련 기술 특허 출원을 마쳤고, 지난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디스플레이 크기를 조절하는 익스펜더블폰특허를 냈다. 이후 지난 6월엔 한국 특허청에 롤비전(Rollvision), 이달 초 국내 특허청과 유럽지식재산청(EUIPO)LG 롤러블과 LG 슬라이드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한 쪽을 잡아당겨 화면을 조정하는 방식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특허청 사이트 키프리스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액정의 오른쪽을 잡아당기면 안에 말려 있던 액정이 나와 화면이 커지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2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공개한 뒤 3월경 소비자에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들어가 양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전환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2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고전하는 중이다. 기존의 바 형태의 폼팩터로는 브랜드(애플)나 기술력(삼성), 가성비(화웨이, 샤오미)로는 기존 강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LG전자는 최근 폼팩터 차별화로 방향을 틀었다. 스위블폰이었던 LG 윙을 시작으로 다양한 폼팩터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관련 폼팩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는 다른 형태의 스마트폰으로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LG전자는 여세를 몰라 롤러블로 승부수를 띄울 계획. 롤러블과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취득해 왔던 데다, 세계 최초의 롤러블 TV를 내놓을 만큼 LG전자는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폼팩터 1인자 굳히기삼성전자 필승전략

 

삼성전자도 머잖아 롤러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설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일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슬라이드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최근 미국 특허청에 스크롤러블·롤러블(Scrollable·rollable) 디스플레이 디바이스라는 명칭 특허를 냈다.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우면동 서울R&D 캠퍼스에서 전사 통합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차세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설명을 듣는 모습이 포착됐다. 폴드보다는 얇은 형태인 점에 업계에서는 롤러블 시제품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IT팁스터 아이스유니버스는 이 부회장이 든 기기가 갤럭시Z폴드 스크롤일 거라며 접는 방식이 아니라 스크롤 방식이 노트 기능의 진화라는 점에서 갤럭시노트 시리즈 대체에 있어 합리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과 클램셸로 차세대 폼팩터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그럼에도 롤러블까지 영역을 넓히려는 이유는 경쟁자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였던 폴더블·롤러블 스마트폰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8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경쟁사들이 폴더블폰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샤오미, 화웨이, 오포 등이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고, 바 형태의 스마트폰을 생산해왔던 애플도 최근 시제품을 생산하고 테스트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상용화 시점이 2022년으로 여유가 있지만, 중국의 경우 디스플레이나 힌지의 내구성 등 완성도 측면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지 못했더라도 정부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IT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상대다.

 

이에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라인업을 다양화해 차별화를 꾀할 방침이다. 폴더블폰 라인업을 보급형까지 확대하고,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기술을 적용해 경쟁자들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UDC의 경우, 디스플레이 아래에 카메라를 배치해 촬영할 때만 디스플레이 투명도를 높여 카메라가 노출되기 때문에 진정한 풀스크린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유럽과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폴더블폰의 영향이 컸다. 차세대 폼팩터 1인자의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롤러블과 같은 새로운 폼팩터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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