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한국 제조업이 역행하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업종에서는 점유율이 떨어진 반면, 쇠퇴업종에서는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주력 업종의 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일부 업종에 대한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발표한 ‘한국 제조업의 중장기 추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글로벌 성장 업종에서 국내 제조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졌다. 한국의 전세계 상위 5개 성장업종 중 절반 이상의 업종에서 생산점유율이 감소했다.

전세계 주요 40개 업종 가운데 20년 간 상위 5개 성장업종으로 분류된 업종은 석유정제·통신기기·의약·비철금속·정밀기기 등이다.

한국은 1995년부터 2016년까지 통신기기·의약·비철금속 업종에서 글로벌 생산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5대 쇠퇴 업종’으로 분류된 제지·섬유·특수목적기계·의류·일반가전 등에서는 섬유만 제외하고 모든 업종에서 점유율이 올라갔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차세대 신사업으로는 화장품과 의약 업종이 떠오르고 있지만,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86%, 0.55%에 불과했다. 주력 산업으로 보기에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서비스산업에서도 ‘한류 콘텐츠 산업’이 차세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선도업종인 게임산업에서도 아직 세계 10위권 기업이 전무한 상태다.

한국의 제조업 상황은 경쟁국과 비교하면 더 좋지 않다.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8개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였다.

컴퓨터부품과 모니터가 빠지고, 해양플랜트용 특수선박과 석유화학 원료가 신규로 편입된 것이 전부다.

한국의 10대 수출품목 비중은 경쟁국들에 비해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의 고착화와 편중화를 의미한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인쇄기, 스웨터, 변압기, 여성정장 등 4개가 10대 수출품목에서 제외되고 자동차부품, 램프·조명기구, 가죽가방, 가구 등이 추가됐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교체율은 절반에 그친 셈이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독일(3개 교체)보다 적었고, 일본·미국(각 2개 교체)과는 동일했다.

특히 2017년 기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10대 품목 비중은 46.6%에 달한다. 이는 일본(33.8%)과 중국(27.9%), 독일(28.0%), 미국(30.1%) 등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제조업의 국내 생산액이 2012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해외법인 매출액도 2014년 이후 감소하는 등 우리 제조업은 중장기적인 쇠락 추세에 진입한 상태”라며 “특히 제조업의 역동성과 신진대사가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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