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시름이 깊어졌다. 코로나19여파로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국제유가까지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월 4주 기준 2.3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대비 배럴당 0.7달러 떨어진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수치로 실질적인 수익성 지표로 통한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본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다 12월(-0.1달러)엔 마이너스까지 주저앉았다. 올해 1월엔 0.4달러로 반등, 2월엔 3달러로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시장의 수요가 감소한데 한데 따른 폐해다. 미중 1차 무역합의로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코로나가 큰 걸림돌이 된 셈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매출 중 수출이 55%이상을 책임지고 있어 중국의 수요 둔화는 곧 매출하락으로 이어진다. 국내 정유4사의 중국 수출 비중은 16%에 달하기 때문이다.

유가도 덩달아 하락…1분기 전망 ‘암울’ 

 

 

아울러 확산되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국제유가 역시 50달러 선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평균 55.1달러로 전월보다 대비 13.6% 하락했고, 브랜트유 역시 12.4% 급락한 55.7 달러를 나타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정제마진과 유가는 정비례 관계다.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제품 가격을 의미하는 정제마진은 필연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정제마진 하락에 더해 유가 하락세가 겹쳐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국내외 항공 운항노선이 크게 줄면서 항공유의 수요도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위축으로 인해 항공유 가격 역시 올해 들어서만 17% 급락했고, 2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 정유사들의 항공유 비중은 지난해 기준 13.7%로, 등유 생산량의 8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의 올 1분기 실적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만으로 올 1분기 영업은 업체별로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있을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 1분기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91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6.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도 62.6% 하락한 1239억원으로 추정됐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수출 의존도가 높아 사태가 장기화 될 수록 업계는 침체될 것”이라며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실적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올 1분기 실적은 물론 2~3분기에도 개선세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픽사베이]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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