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회계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서 최근 30여개의 상장사들이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으면서 충격을 준 가운데, 비상장사들의 경우는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은 아니지만 실생활에서 자주 접한 기업들의 재무제표가 무더기로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주로 과도한 영업손실과 부채, 대표가 연루된 소송 등으로 인해서 기업의 계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분하지 않은 주석 기재, 자금 거래 소명 부족 등도 의견거절의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로 카페베네의 의견거절 근거 중 하나는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카페베네는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지만, 외부감사인은 계속기업 가정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경영 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현재 자산 회수나 부채 상황의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내용이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적정성 확인이나 특수관계자와 거래 내역의 범위‧정확성을 판단할 감사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밖에 얌 컴퍼니는 영업손실 57억원, 당긴순손실 217억원을 기록했고 현재 기업 유동부채가 유동자산 약 133억원 초과하는 등 재무제표가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대표의 위법 행위가 회계 신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서울 히어로즈는 이장석 전 대표가 횡령 혐의로 실형으로 받고 복역 중이다. 외부감사인은 이와 관련 사건 판결에 따른 변제금액 영향에 대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피소된 주식양도 등 청구 소송 사건도 중요한 불확실성으로 꼽았다.

회계법인들, 비상장사보다 상장사 선호…왜?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을 받는 상장사에 비해서 비상장사는 상대적으로 회계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 같은 점 때문에 대형회계법인들도 비상장사보다는 상장사를 더 선호하는 환경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주권상장법인에 대한 4대 회계법인 점유율은 개별감사 44.7%, 연결감사 49.7%다. 4개의 회계법인이 상장사 절반 가량의 외부감사를 차지하고 있는 환경이다.

상장사들의 경우 기업 내부 재무팀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감사보수도 높아서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보다는 감사업무가 수월한 셈이다.

이에 반해 비상장사는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는다고 해도 상장폐지를 당할 일이 없고,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는다. 단순히 제도만 놓고 보면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이 부족한 것이다.

다만 기업 시인도 저하에 따른 자금 조달 차질 등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사의견 거절만으로 감사인 지정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장 채권자들로부터 문제 있는 기업으로 인식될 수 있어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비적정 감사의견은 정보 위험을 높이고 재무제표 신뢰성을 저하하는 만큼 향후 채무 상환 관련 재무 위험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앞으로 비상장사에 대한 외부감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종업원 수 100인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가운데 3개를 충족하는 비상장사를 제외하면 모든 회사는 원칙상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외부감사대상이 3만 3000여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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