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한명, 낙선 땐 치명타 입는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벌써부터 내년 총선 서울 종로에서 혈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종로구 터줏대감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이 총리 후임 총리로 지명되면서 ‘정치 1번지’ 종로가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총리와 황 대표는 각각 범여·범야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다. 그만큼 두 사람의 ‘종로혈투’가 현실화 된다면 미리 보는 20대 대선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이 게임에서의 패자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꼴이 된다. 각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총리와 황 대표에겐 ‘비례대표+전국 지원유세’라는 안정적인 길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종로라는 바람을 타고 대통령이 됐다. 이는 종로라는 지역이 자신을 내던질 만큼의 매력적인 곳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본인들의 의지와 더불어 부추김을 당하고 있는 ‘비문(非文) 매머드 이낙연’과 ‘반문(反文) 호랑이 황교안’이 종로에서 맞붙어 얻을 수 있는 득실은 무엇일지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낙연, 임종석 교통정리된 종로에 무혈입성하나
황교안, 당선시 대박, 안되도 중박, 피하면 쪽박


중후한 목소리를 가진 이 두 인물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회 대정부질의 때 보인 카리스마다.

20년 넘게 동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4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를 거쳐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가 된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의 때 야당 의원을 상대로 내공 있는 언변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정부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권한대행으로 나선 황 대표는 대정부질의 때 범야권의 포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단 있는 모습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범보수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풍부한 행정경험과 각 진영 지지자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두 사람이 지금은 차기 대권을 놓고 종로라는 지역을 엿보고 있다.

친문 아닌 비문 이낙연, 종로 출마로 비주류 설움 극복하나

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난관은 존재한다.

현재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 총리에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지역구 출마 기준 공직 사퇴 시한인) 1월 16일까지 마무리될지가 미지수다.

여기에 최근 원내대표 연임에 실패한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국무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예상 밖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친문계 PK(부산·울산·경남) 인사가 아닌 비문계 호남 인사로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비주류의 설움도 이 총리가 극복해야 될 과제로 보인다.

다만 친문이 아닌 비문이어도 차기 대선주자 1위라는 점과 현재 여권에서 정 의원을 대체할 만한 정치 거물이 이 총리 말고는 딱히 없다는 점에서 이 총리의 종로 출마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전국 유세를 다니는 걸로만 거론됐던 이 총리가 자신의 출마지까지 챙기게 된다면 이 총리의 활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 총리가 나올 경우 황 대표 역시 종로 출마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어 ‘황교안 묶어두기’라는 효과도 생기게 된다.

지난 지선과 달리 현 정부의 실정으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반문(반문재인)’을 외치는 황 대표가 전국유세를 다니지 못할 경우 민주당 입장에선 이득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에선 황 대표 대신 ‘김병준 대타설’이 나오긴 하지만, 역시 흥행이 되려면 ‘이낙연 대 황교안’이 종로에서 혈투를 벌여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근 이 총리의 행보를 보면, 세종시 출마 여부에 대해선 에둘러 밝히면서도 종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당의 생각을 알기도 전에 내 의사를 조금이라도 내비친다는 것은 당에 부담이 될 것 같다”고 23일자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정세균 총리 후보자이 이 총리에게 지역구 인수인계를 마쳤다’는 얘기도 돈다. 또 종로 출마를 고심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최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내부 교통정리도 끝난 상태다. 즉, 정 의원이 총리에 임명만 된다면 이 총리는 종로에 무혈입성(無血入城)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또 친문 진영 차기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수사로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이 총리가 종로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바로 대권으로 가는 그림이 연출된다. 다만 낙선할 경우엔 민주당 지역구까지 뺏겼다는 불명예와 함께 당내 입지는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黃, ‘비례’ 올릴 정도로 당권 장악 못해…지더라도 나가서 싸워야


이와 달리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 경우 얻는 득실은 무엇일까.

한국당 관계자는 24일 <본지>에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해서 당선되면 대박, 낙선해도 장기적으로는 최소 중박”이라고 전했다.

즉, 황 대표 입장에선 출마해도 잃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황 대표가 종로에 가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이 총리가 무리한 승부를 보지 않기 위해 피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만 되면 더욱 금상첨화”라고 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피한다면 당장 총선 전에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컷오프 될 현역 50%와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의 반발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계자는 ‘황교안 비례대표+전국 선거 유세’ 카드에 대해선 “그렇게 했던 것은 과거 당권을 확실히 장악했던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 정도”라며 “황 대표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어 “한국당의 내년 총선 과반(151석) 확보는 굉장히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면서 “지금 의석수를 유지하거나 조금 더 확보하는 과반 실패 선에서 황 대표가 낙선해도 대권주자로서의 무게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준 대타설’에 대해선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김 전 위원장이 종로에서 이기기라도 한다면 황 대표로선 당내 경쟁자를 만들어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황 대표가 지더라도 종로에 과감히 나가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총선에 져도 보수우파 내 지분이 있기에 후일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반 확보에 실패해도 종로에서 당선만 된다면 무조건 대박”이라고 덧붙였다.

종로는 한때 보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부터 민주당 후보가 내리 3연승을 한데 이어 2012년 총선부터는 정 의원이 재선을 하고 있어 보수텃밭은 옛말인 곳이 됐다.

다가오는 총선, 만약 이 총리와 황 대표가 종로에서 맞붙는다면 다가오는 대권까지 종로가 판가름 낼 수도 있다는 기대와 함께 두 잠룡이 종로에서 만날지, 아니면 한 명은 피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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