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중소기업 지원…기업은행 스타트업 투자사업 96%는 대출 상품

오수진 기자 / 기사승인 : 2020-10-13 10: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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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기업은행의 스타트업 투자사업이 중소기업 지원 취지가 맞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스타트업 투자사업 중 회수 청구대상인 상품 비중이 96%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한 신성장‧혁신분야 사업에서 지난 2년간 투자금액 684억6600만원 중 96.5%에 해당하는 660억6700만원은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형 상품으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성장·혁신분야 사업은 기업은행이 출자하는 사업으로 혁신성장 분야 영위기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투자대상은 ‘혁신성장공동 기준메뉴얼’에 따른 신성장·혁신분야 9대 테마 45개 분야와 미래자동차, 드론, 스마트공장 등 8대 선도사업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해당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47개 기업을 선정해 451억600만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는 27개 기업에 233억60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투자를 세부적인 방식을 보면 우선주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전체 투자액 684억6600만원 중 660억6700만원에 달했다. 우선주가 469억67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환사채가 171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가 20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3개 방식의 투자는 결국 상환 의무가 주어질 수 있는 방식이어서 이른바 ‘대출형 투자’로 불린다. 투자된 우선주는 상환전환우선주로 채권처럼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이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우선주를 상환 의무가 있는 부채로 인식한다.

전환사채는 사채와 주식의 중간 형태를 띤 채권이다. 투자자가 원할 때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환사채는 채권이기 때문에 통상의 회사채와 같이 약정한 만기에 투자원금과 약정이자를 상환받는 것을 속성으로 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투자받은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사전에 약정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전환사채와 마찬가지로 통상의 회사채와 같이 만기에 상환이 가능한 권리를 가져 상환 의무가 있다.

이처럼 상환의 형태로 회수가 가능한 방식의 투자가 대부분으로 기업은행은 지난해 투자한 전환사채 75억 중에 29억5000만원의 자금은 회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자금에 대한 상환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보통주 투자는 2년간 23억9900만원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단 3.5%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와 기업은행은 우선주 투자가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일반적인 투자방식이고, 투자받은 기업은 우선주가 대출보다 재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 등이 있다고 설명한지만 신성장‧혁신분야 사업은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 기술 발굴을 위한 투자 유도가 목적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의 수익 창출에 비중이 쏠린 구조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송재호 의원은 “민간 VC의 보통주 투자 비중도 17%로 알려져 있다”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보통주 투자가 3.5% 수준인 것은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스타트업 투자는 기업의 자금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신성장·혁신분야 기업에 대해 투자금 회수가 요구되는 대출형 투자방식은 비중을 줄이고, 보통주와 같이 순수한 지원방식의 투자 비중은 합리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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