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계약금 몰취 소송

▲ 지난 8월 1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불발된 가운데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계약금 반환 문제를 두고 법적싸움을 시작했다. 

 

11일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지난 5일 HDC현산이 낸 계약금을 몰취하게 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HDC현산이 계약금을 보존하기 위해 설정한 질권(담보)을 해제하고, 이 중 아시아나 몫인 2500억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에스크로 계좌에 질권이 설정돼 있어 계약금 인출을 못하고 있다. 에스크로 계좌는 은행의 감시를 받아 일방이 돈을 인출할 수 없도록 한 계좌다.


HDC현산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의 10%인 2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낸 바 있다. HDC현산은 그동안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약 10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장기화된 인수합병 계약은 지난 9월 금호그룹이 HDC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최초 계획은 재무적책임투자자인 미래에셋 대우 컨소시엄과 2조 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재무건전화를 이뤄 올해 4월까지 매각 완료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이 변수가 됐다.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급이 급증하자 HDC현산은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권단이 1조원 인수 대금 인하의 파격 조건을 제시했으나 HDC현산은 ‘12주 재실사’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종결됐다.

당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HDC현산에 우선 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으나, HDC현산은 이 지위가 박탈되지 않고 여전히 우협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합병 불발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긴급자금 2조 4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사실상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채권단은 자금 확보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중 가장 매각 가능성이 높은 금호리조트 매각을 추진해왔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자산을 동의 없이 매각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계약금 반환 소송을 대비해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 측에 “금호리조트 등 아시아나항공의 중요한 자산 처분을 동의 없이 진행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업계에서는 소송을 앞두고 HDC현산측이 아시아나항공 매매계약 무산에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는 금호리조트 매각을 인정할 경우 자칫 계약 해지의 책임이 HDC현산 측에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여전히 관심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HDC현산이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발표한 적이 없을뿐더러, 12월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실사를 다시 해보자는 것이 HDC현산의 주장이라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리조트 매각을 막아서는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소송 전략 차원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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