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잡힐 듯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정부가 일부 발생 지역의 돼지를 모두 없애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ASF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돼지농장에서 확진 판정이 난 이후 지금까지(4일 오전 기준) 국내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ASF는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2~3일 경기 북부 지역인 파주와 김포에서 총 4건이 추가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3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농가에서 들어온 의심 신고 건이 확진으로 최종 판명됐다. 같은날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의심사례도 확진 판명받았다.

방역당국은 대규모 살처분과 밤샘 방역에도 ASF가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경기도 파주·김포 등 일부 지역안의 모든 돼지를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도 파주·김포 내에 있는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4일부터 수매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연이틀 파주·김포에서만 4건의 ASF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확산 위험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수매한 돼지는 도축장에서 임상·해체 검사를 한 뒤 이상이 없으면 도축해 시장에 유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ASF가 발생했던 농가 3km 내의 돼지는 예방적 차원에서 현재처럼 모두 살처분한다.

발생지 3km 외의 농가라 하더라도 너무 어려 출하를 할 수 없거나 농장주인이 출하를 거부하는 등의 경우에는 모두 예외 없이 살처분 대상이 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해당 지역에 있는 모든 돼지에 대해 도축하거나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벌여 이 지역에 한 마리의 돼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이외에도 경기·인천·강원 지역 돼지에 대한 일시이동중지명령을 4일 오전 4시 30분부터 6일 오전 3시 30분까지 48시간 연장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접경지역 도축장·분뇨처리시설·사료공장 등 축산 관련 시설·차량·농장 등을 집중적으로 소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MZ 멧돼지서 ‘ASF 바이러스’ 검출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매개체에 대한 의문이 풀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환경부는 지난 3일 “경기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혈액을 채취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비무장지대 우리 측 남방한계선 전방 약 1.4㎞ 지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에서 ASF가 발병한 작년 8월 이후 멧돼지 총 1225마리(사체 포함)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는데,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현재까지 전국 13개 돼지농장에서 발병한 ASF의 전파 경로를 분석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국방부 정경두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북한 멧돼지는 우리 철책을 절대 뚫고 내려올 수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북한 전역에 퍼진 ASF 바이러스가 군사분계선을 넘은 야생 멧돼지를 통해 경기 북부 지역에 전파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환경부는 이 같은 멧돼지를 통해 ASF가 전파됐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북방한계선에 설치된 북측의 철책은 견고하지 않아 북측에서 DMZ 내로의 야생동물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남방한계선 일대의 철책은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있어 DMZ에서 남측으로의 이동이 차단돼 있다는 것이다.

또 첫 번째 확진 농가인 파주시 연다산동은 신도시 주변에 위치하는 등 멧돼지 서식이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곳으로부터 반경 2km 이내에는 하천이 없으며, 발견 지점에서 동·북쪽 약 2km 지점에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역곡천이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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