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최근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기업 총수를 만났다. 이례적인 방문은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회장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달 말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일본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이 속한 대형 금융그룹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호 회장이 두 총수에게(양국 관계가 경색됐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한국기업은 금리가 낮은 일본 자금을 쓰는 것이 유리하고, 일본(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한국처럼 성장 가능성과 신뢰가 높은 국가가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약 10조원을 한국에서 굴리고 있는데, 이 규모를 더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과 한국이 ‘백색국가 제외’를 둘러싸고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사토 회장은 이러한 양국 갈등이 금융권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을 것임을 알리기 위해서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토 회장은 지난달 19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행사에서도 “양국 갈등이 장기화되면 신뢰관계가 크게 손상되고 회복에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양국 기업 간 구축돼온 신뢰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민간 레벨에서의 대화에 전력을 다해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금융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본계 은행이 국내 기업이나 금융권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대출을 회수한다면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일본 출장 기간에 일본의 대형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들을 면담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부품‧소재 확보 못지 않게 일본 금융회사의 회사채 지급보증 같은 신용공영가 삼성전자에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일본은행 국내지점의 회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 여신 규모는 5월말 기준으로 24조 7000억원으로 지난 3월 말에 비해서 2조 8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일본 대형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금융 거래를 흔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 금융당국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줄곧 일본이 금융관련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설사 조치가 나오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고려하면 일본 자금이 회수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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