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암흑기’ 닛산, ‘1만대 클럽 흔들’ 혼다, ‘하이브리드 무색’ 토요타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일본과의 무역전쟁 국면이 지속되면서 벌어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완성차 업계로까지 확산된 가운데 실제로 일본차 기업이 얼마나 타격을 입고 있는 지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차 브랜드는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홍보를 자제하는 등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이들 사이의 온도차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꾸준히 수입차 판매량 5위권 안에 들었던 토요타는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고 감행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닛산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저조할뿐더러 지난해 ‘일본닛산 쿠테다설’로 표출된 르노와의 경색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등 악재가 겹치자 자사 최고 인기판매모델인 알티마의 출시행사조차 취소하는 등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녹사태를 만회하고 1만대 클럽 진입을 놓고 분투하던 혼다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대체제가 마땅히 없는 카메라 업계처럼 불매운동의 타격이 미미한 경우도 있지만, 수입차 업계의 경우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상위권을 형성하는 쟁쟁한 독일차들이 포진해 있고, 중위권 1만대 클럽 진입을 놓고 경쟁하는 볼보·지프·재규어랜드로버 등의 기세도 매섭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잔뜩 웅크린 만큼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발생하고 있다면 어떤 수입차 브랜드로 판매량이 이동 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보기로 했다.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이사


수입車 대체제 즐비…카메라와는 다르다
한달 새 32.2% 감소…시장 파이는 건재

지난달 4일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실행해 경제보복에 나서면서 우리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촉발했다. 이후 일본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고, 우리나라가 여기에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맞불을 놓은데 이어 지난 22일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를 선언함에 따라 한일 무역전쟁 국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확전 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역시 쉽사리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불똥은 완성차 업계에도 튀고 있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국내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일본 브랜드 수입차의 7월 국내 판매량은 2천674대로 전월(3천946대) 대비 32.2% 감소한 수치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료는 17.2% 줄었다 이는 전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직카’의 빅데이터 연구팀에 따르면 7월 수입차 판매량은 전월대비 137대 줄었지만 일본차 브랜드 판매량은 총 1,086대가 감소했다. 이는 불매운동의 여파로 줄어든 일본차 판매량이 수입차 시장 전체의 판매량 저하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대체제인 타 브랜드 차량의 구매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카 연구팀의 이수엽 연구원은 “일본차 판매 감소에 대한 영향으로, 다른 차량들의 판매량이 크게 향상됐다”며 “전체적으로 일본차 판매량이 감소하자 비슷한 가격대인 차량의 판매량이 증가한 형태를 띄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메라 업계처럼 일본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대체제가 마땅히 없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의 경우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등 상위권을 형성하는 쟁쟁한 독일차들이 포진해 있고, 중위권 1만대 클럽 진입을 놓고 경쟁하는 볼보·지프·재규어랜드로버 등의 기세도 매섭다.

이 연구원은 “특히, BMW 는 이때까지 저조했던 판매량(작년 화재사고 등)을 복구하기라도 하듯 매우 높은 판매량이 증가됐다”며 “2시리즈는 전월대비 약 8배 이상의 판매량이 증가했고, BMW의 계열사인 미니도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불매운동의 실질적인 효과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업계에서도 자동차가 고가의 물건인 만큼 구매결정을 쉽사리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부 존재했었다. 특히 토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의 특수성 때문에 피해를 덜 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었지만 결국 불매운동의 피해를 벗어날 수는 없었던 셈이다.


▲타케무라 노부유키 토요타코리아 사장
움찔한 토요타·1만대 좌초위기 혼다 ·신차효과 묶인 닛산


이처럼 불매운동에 대한 피해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결정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을 보임에 따라, 일본차 브랜드의 현 상황과 활로모색 방안 등이 주목된다. 이번 집계에 포함된 일본차 브랜드는 토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로, 이 중 렉서스와 인피니티는 각각 토요타와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다.

우선 전체적으로는 홍보활동을 최대한 자세하면서 낮은 자세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토요타의 경우 지난달 10일 대내외 상황에 조심스러움을 나타내면서도 기자들을 대상으로한 ‘하이브리드 아카데미’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는 등 한동안은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소화 하는 등 크게 위축된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 후반부터 독일차 브랜드들이 득세하는 가운데서도 이들을 바짝 추격하며 꾸준히 5위권 턱걸이를 해온 입지가 일정부분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2017년 녹사태를 딛고 1만대 클럽 재진입을 노리고 있던 혼다는 7월 판매량이 가장 급격히 감소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혼다의 7월 판매량은 총 468대로 전월대비 41.6%나 감소했다.

장기부진을 겪고 있는 지난달 16일 신형 알티마의 발표회를 아예 취소하는 등 가장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닛산은 작년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94%를 기록하며 2013년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으며 최근까지 저조한 판매량을 지속해왔다. 이 가운데 작년말 부터 번진 이른바 ‘일본닛산 쿠테타 설’로 표출된 얼라이언스 관계인 르노와의 불화설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 등 악재의 연속이다. 특히 닛산은 이렇다 할 신차가 없었던 작년 보릿고개를 넘기고 올해부터 엑스트레일과 리프, 알티마 등을 공격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매운동의 여파를 맞은 상황이라 피해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신차 발표회가 취소된 알티마는 닛산의 대표적 판매량 견인 모델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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