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달을 끝으로 국내 기업들의 올해 정기주주총회가 마무리 됐다. 사실 올해 주총에서는 이례적인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KCGI가 한진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진칼에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주목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에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추천을 주주제안으로 주총 안건에 상정했다.

또 국민연금이 몇몇 대기업에 일부 안건에 반대표를 던져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국민연금의 반대로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은 최초로 등기이사 연임에 실패한 대기업 총수로 낙인 찍혔다. 물론 이밖에 국민연금이 내놓은 안건들 대부분은 부결됐다.

또 올 초부터 한진그룹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던 KCGI의 경우는 법원이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서 주총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KCGI 측은 “국내 토종펀드로 한진그룹 지배구조개선이라는 염원을 가지고 지금까지 왔으나 거대 재벌의 힘 앞에서 주주제안조차도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에 무력감을 느낀다”면서 “한진그룹의 신속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정상화를 기대하셨던 주주, 직원 및 고개들의 뜻에 KCGI가 부응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서 한진그룹은 경영권 위협을 넘겼으나, 한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법원은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서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내년에는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내년 주총에서 KCGI와 한진그룹이 진검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그룹이 올해 주총을 겨우겨우 넘긴 반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과의 정면승부에서 ‘완승’을 거뒀다. 지난달 22일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 엘릿와 현대차의 표대결이 이뤄진 의안은 현금배당과 사외이사 선임건이다.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을 엘리엇은 보통주 1주당 2만 1967만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다. 그 결과 현대차가 내놓은 안건이 86%의 찬성을 얻었다. 이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이 엘리엇의 제안에 반대를 권고했기 때문에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현대차가 추천한 사외이사 3명이 80% 안팎의 찬성표를 받아서 선임됐다. 이외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사외이사 후보 중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규리 서울대 교수 과거 이력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이 됐다. 일부 기관이 반대의견을 표했지만, 큰 손인 국민연금이 이를 찬성하면서 별다른 이견 없이 사내이사 선임건이 가결됐다.

이번 주총시즌에서 상장사에 대한 견제시도가 성공한 사례가 나오지 않았지만, 의의는 있다.거수기라는 비판을 들었던 국민연금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는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과 반대표에 대한 상장사 반발도 나왔지만, 주주권익 보호와 국민연금 사수라는 거시적 목표를 봤을 때 진일보한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수익성 재고를 위해서 필요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진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해 보인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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