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제주항공 비행기와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멈춰 서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운항을 중단했던 국제선 노선을 재개했지만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근접한 여객수송량을 기록한 국내선도 수익성에 별다른 도움이 되진 못하고 있다.

11일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일본 노선 재운항에 나섰다. 티웨이에 이어 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이 일본 노선 운항 재개를 준비했다. 지난달 일본 정부가 감염증 위험 정보 경보 순위를 3단계에서 2단계로 낮춰 허용한 영향이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인천~일본 도쿄(나리타), 인천~오사카(간사이) 노선을 재개했으며, 제주항공은 21일부터 인천~도쿄 노선을 재개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연말까지 일본 노선 운항 재개를 계획 중이다.

지난달에는 대형항공사(FSC)들이 중국 노선을 재개했다. 대한항공은 인천~정저우 노선을 8개월 만에 운항하고, 선양, 광저우, 텐진 등으로 노선을 확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7개월 만에 인천~하얼비 노선 재개와 창춘, 난진, 청두 등 3개 노선을 추가했다.

이어 저비용항공사(LCC) 중에서는 제주항공을 시작으로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도 중국 노선 취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탓에 국제선 노선이 전체적으로 부진할뿐더러, 탑승률도 저조하다. 일반적으로 탑승률 7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지만 현재 항공사들의 평균 탑승률은 30%대에 불과하다.

국내선의 경우도 지난달 550만명이 이용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수익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지난 3분기 국내선 운항을 대폭 늘려 국적사 가운데 가장 많은 여객수송량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7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5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9%로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701억원으로 전년 동기(174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당기 순손실은 688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업계 특성상 LCC들의 매출은 국제선 비중이 70~80%에 달하는 것과 더불어 기본 운임이 낮은 국내선으로는 실적 방어가 역부족이라고 풀이했다. 11월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방역 우수 국가간에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인 ‘트레블 버블’의 체결 여부가 일부 국제선 수요 회복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해제 국가 확대가 긍정적이나 아직까지 한국이 트래블 버블을 체결한 국가는 아직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관광 여객수요 회복이 실적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트래블 버블 체결로 이동이 유연해진다면 항공산업의 생존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길 모색하는 항공업계…‘화물 수송’으로 4개월 연속 증가세 기록
이같은 불황 속에서 ‘화물 수송’이 떠오르고 있다. 인천공항의 10월 화물 수송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4.2% 증가한 25.9만톤을 기록했다. 화물 실적은 7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계절적 성수기에 돌입함에 따라, 올해의 경우 해외여행 포기에 따른 연말 보복성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큰 폭의 화물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그룹 연구원은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바이오헬스 및 컴퓨터 관련 품목 수출 등이 크게 증가함과 동시에 자동차부품을 비롯한 전통 화물 수요도 회복세로 전환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화물 수송의 최대 수혜자는 이번 분기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영업손익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좌석 위에 안전장치인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설치·운영하고, 보잉777-300ER 여객기 좌석을 떼어내 화물기로 개조해 투입하는 등 화물수송 역발상 전략을 발휘해 이번 분기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 19 백신이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신 수송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9월부터 백신 수송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대한항공은 최근 백신 수송을 위한 ‘온도조절’ 컨테이너 업체 5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백신을 언제든 수송할 수 있도록 의약품 전문 컨테이너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1천872㎡ 규모의 신선 화물 보관시설도 추가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 항공도 백신 운송 표준 절차를 마련하고 인천화물서비스터미널 시설을 확충하는 등 백신 수송 준비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이에 국제항공운송협회, IATA로부터 의약품 운송을 위한 자격인 국제표준인증을 취득한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전 세계 18곳뿐이라 이들 항공사가 집중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수익에 한 몫 하는 면세품 판매를 정부에서도 검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9일 무착륙 관광 비행 때 면세 쇼핑을 허용하는 것과 관련해 “허용하는 쪽으로 검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서는 현재 무착륙 관광 비행으로 국내선 상품 위주로 제공하고 있지만 면세 쇼핑이 허용될 경우 국제선까지 이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며, 국민 공감대와 현행 제도상 걸림돌 등이 없는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법무부, 국토교통부, 관세청 등과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선 관광 비행 이용자를 출국자로 분류할 지는 법무부가, 국제선 비정기 노선 신설을 허용할지는 국토부가, 면세 쇼핑과 관련된 세부 내용은 관세청이 결정해야한다는 점에서다.

기재부 역시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관계부처 간에 면세 쇼핑의 허용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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