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후 6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에서 현지 경제인들과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의 핵심소재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일 정부간 사태 조짐이 보이지 않자 물밑 해법 모색에 나선 것이다.

이날 이 부회장은 오후 6시 20분쯤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6시 40분 일본 하네다고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초 비공개로 추진됐던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계획이 알려진 것은 지난 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5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을 고개 추진하는 과정에서였다.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출장 등을 이유로 들면서 회동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자 삼성전자 경영진 등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부간 정치적 사안이 확대되면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 측이 수출 규제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하려 나선 물밑 행보가 노출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까지 이 부회장의 일본 방문 계획에 대해서 일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삼성전자 측은 오는 10일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기업인 간담회를 두고 이 부회장이 귀국길에 오르지 않겠냐는 관측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재계 한 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심각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사태 대응을 위해서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정치적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기업들의 부담을 의식해서 이날 예정됐던 간담회 추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출국시간대를 생각할 때 간담회를 참석한 뒤 일본 출국길에 올랐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부친인 이건희 회장 때부터 쌓아온 인맥을 활용해서 시급한 반도체 소재 수급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인해서 삼성전자가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은 물론 애플이나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부회장의 경우 일본 재계 인맥이 두터운 편으로 알려졌다. 사업 영역에서 삼성전자가 일본 이동통신업체와 협력관계인 데다가 반도체 소재 업계와의 동반자 관계를 이어온 역사 역시 30년이 넘는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이 부회장은 일본을 방문해 일본 양대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 경영진과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 등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의 개인적인 이력을 살펴보면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일본에 능통하다. 뿐만 아니라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와세다대에서 유학했다.

이에 삼성전자 내부사장을 잘 아는 재계의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이 일본의 인맥을 활용해 최근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보려는 것 같다”면서 “문 대통령 주최 30대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방일 소회를 우리 정부에 전할 수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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