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말 많고 탈도 많았던 한진그룹이 신임회장이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조원태 회장이 같은해 4월 그 뒤를 이었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이 예정도 없이 급박하게 진행된 터라 조 회장의 출발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조양호 회장 장례 8일 만에 신임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이 지연되면서 경영권 분쟁설이 불거졌다. 당시 한진그룹은 공정위에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 의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명서를 제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남매간의 의견대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선친인 조양호 회장은 사망하면서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고, 그의 보유 지분 17.84%는 법적 상속 비율대로 배우자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3남매에게 1.5대 1대 1의 비율로 분배됐다. 이로인해 조원태 회장(6.4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6.42%)로 거의 엇비슷하게 지분을 가지게 됐다. 때문에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서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후 한진그룹이 가까스로 동일인을 조원태 회장으로 지정하고. 동생인 조현민 전무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시키면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우려도 잠식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에 대해 “선친에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공개적인 비판 후 두 달이 지난 지금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와 반도건설 등과 손을 잡고 반(反)조원태 연합을 꾸리면서 한진그룹과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 측은 조원태 회장의 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불거진 ‘남매의 난(亂)’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KCGI‧반도건설과 손잡은 조현아 전 부사장 ‘3자 연합’ 구축 
‘오너일가‧델타항공‧카카오’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나선다

한진그룹을 둘러싼 오너일가의 ‘분쟁’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창업주인 조증훈 회장이 타계한 후 조양호 회장과 그의 형제들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지분을 가지고 한 차례 법정공방을 벌이는 등 ‘왕자의 난’이 발생했다. 당시 장남이었던 조양호 회장 한진그룹 경영권과 대한항공을 승계했고, 차남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삼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 사남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 금융을 물려받게 됐다. 이후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창업주의 유언이 위조됐다면서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지주사인 정석기업의 주식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러한 쓰라린 과거를 가지고 있는 한진그룹 최근 또다시 ‘경영권 분쟁’으로 휘말린 것이다. 물론 ‘왕자의 난’은 계열분리가 마무리 지어진 상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최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에서 불거진 남매의 난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특히 왕자의 난은 형제들끼리의 법정공방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번 경영권 분쟁은 오너일가 뿐만 아니라 외부세력까지 규합하면서 이전보다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서 불거진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은 어디었을까. 재계에서는 조현민 전무가 복귀를 한 뒤부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갑질’로 인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있었다.  

 

조원태 회장이 취임한 이후 두 사람이 다시 복귀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 취임 두 달 만인 6월 조현민 전무가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그렇지 못했다.

조현아 “조원태 회장, 선친의 유훈 어겨” 공개 비판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에 대해 “선대 회장의 형제간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서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대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들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하셨다”면서 “또한 선대 회장님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합께 잘 해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시기도 하셨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원태 회장이 선친의 유훈을 거스르고 공동경영 방안 논의에 대해서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정위가 지난해 초 조원태 회장 동일인 총수로 지정했을 당시 가족들 사이에 어떤 합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외적으로 합의가 됐다는 것처럼 공표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면서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전개…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연합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조원태 회장 취임 초기부터 나온 이야기였다. 세 남매가 보유한 지분이 거의 엇비슷했기에 우군으로 누구를 곁에 두느냐에 따라서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다만, 재계에서는 그동안 한진그룹의 우군이었던 델타항공(10.00%)이 있는 만큼 세 남매 가운데 조원태 회장이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이 처음 조원태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조원태 회장에게는 든든한 우군 델타항공이 버티고 있었고, 조 전 부사장 경우 같이할 파트너가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당시 오너일가를 제외한 한진칼의 핵심 주주로는 사모펀드인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건설(8.20%), 국민연금(4.11%) 등이었다.


이 가운데 델타항공은 이미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었고,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리도 만무했다. 남은 곳은 반도건설과 KCGI였다. 특히 KCGI는 지분 17.29%로 단일주주로는 중에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KCGI는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에 대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꾼준하게 총수일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하는 등 견제를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계에서도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을 확률을 매우 희박하게 봤기에 경영권 분쟁이 금방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지난 1월 조 전 부사장이 KCGI‧반도건설과 두 차례 회동을 가지면서 빗나갔다. 절대 규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들이 ‘반(反) 조원태’라는 접점으로 공동전선을 구축했고, 지분 31.98%를 가진 3자 연합으로 거듭났다.  

 

여기에 최근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을 5%로 추가 매입하면서 37.08%로 증가했다. 또 반도건설 역시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4.59% 매입하면 지분이 13%대로 증가했다. 다만, 한진칼 주총의 주주명부는 지난해 말 폐쇄했기 때문에 반도건설이 늘린 지분은 3월 주총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조원태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특수관계인의 지분 22.45%와 델타항공의 지분 10.00%, 카카오 지분 2%, 대한항공 사우회 등 임직원 보유 지분 3.8%를 총합하면 우호지분이 38.25%가 된다. 양측의 지분을 차이가 미미하기 때문에 소액주주를 비롯한 국민연금 등의 표심이 어디로 쏠리냐가 관건인 셈이다.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주주들 표심…어디로?

때문에 한진그룹이 3월 주주총회를 약 한 달 가량을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주주들은 굳이 행사장에 참석할 필요 없이 온라인을 통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조원태 회장 측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직후 한진칼 주총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는 만큼,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주총 참석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높아진 주총 참석률이 어느 쪽으로 유리할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걸림돌이 디고 있다. 더욱이 일반 소액 주주들 입장에서는 양측 모두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가 어렵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조 회장 측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한진그룹 오너일가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없다. 또 조 전 부사장은 오너일가 전부를 제외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겠다는 것 자체는 신선할 수 있지만, 그동안 한진그룹을 끊임없이 공격했던 KCGI와 반도건설 등 이익집단과 손을 잡아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선뜻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다.  

 

물론 조 회장 측이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전자투표 도입에 따른 참석률 향상이 불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최근 경영권 다툼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액주주 표심이 반대로 쏠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전자투표 도입이 주총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운 좋게 조 회장 측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도, 조 회장 반대 지분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고려할 땐 전자투표 도입 이후 ‘유지’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예상 가능한 범위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 때문”이라며 “일반소액주주들의 표심은 기관투자자들이나 여타 다른 투자자들과는 성향이 다르다. 기업입장에서는 이러한 표심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다. 전자투표제가 도입하게 되면 매년 주총 때마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관리를 해야하는데 이 역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진그룹이나 조원태 회장도 선뜻 도입을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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