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부진과 불확실성으로 올해 국내 대기업들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체결이 순탄치 않음에 따라 임금인상률도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주요 대기업들에 올해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을 조사한 결과, 임단협 교섭 과정이 ‘지난해보다 원만하다’는 응답 비중은 1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상위 600대 비금융기업 가운데 120개 기업이 응답한 결과다.

지난해보다 어렵다는 응답은 37.5%로, ‘원만하다’는 응답의 2배를 넘었다. ‘지난해와 유사하다’는 응답은 47.5%였다.

올해 최종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과는 격차가 있었다.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86개사에서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은 평균 4.4%였으나 협상을 끝낸 46개사에서 최종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평균 1.9%로 나타났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노조의 요구안(6.3%)이나 최종 타결안(3.1%) 모두 낮았다.

올해 경영실적에 대해서 ‘지난해보다 악화’로 전망한 응답은 54.1%로 ‘지난해보다 개선’으로 전망한 응답 21.7%의 2.5배에 달했고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24.2%였다. 한경연은 “올해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조측의 임금인상 요구안과 최종 타결 수준이 전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단체협약엔 인사·경영권 관련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주요 협약사항(중복응답)은 조합원의 인사이동·징계·정리해고 등 인사조치 관련 노조 합의 요구(15%)가 가장 많았고 인사·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12.5%), 노조운영비 지원 요구(10.8%) 순으로 나타났다.

임단협 임금·복지 분야에서는 기본급 인상(66.7%)이 가장 쟁점이 됐고, 복리후생 확대(58.3%), 성과급 인상(20.8%), 정년 연장 (15.8%)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문 최대 현안으로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문제가 꼽혔다. 대기업은 노동 현안 중 기업활동에 가장 영향을 주는 쟁점으로 근로시간 단축(60.0%), 최저임금 인상(47.5%) 등을 꼽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연근로제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유연근로제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로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도입절차 개선(68.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긴급상황시 특별연장근로 자동허용(42.5%)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도입절차 개선(31.7%), 재량근로시간제 대상업무 확대(30.0%) 등도 꼽혔다.

또 여당 총선공약 등에 포함돼 국회에 발의됐거나 발의가 예상되는 노동법안 중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분야(중복응답)로는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퇴직급여보장법(발의)·50.8%)이 꼽혔다. 뒤를 이어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의무화(기간제법(발의 예상)·30.8%), 정리해고 요건 강화(근로기준법(발의예상)·29.2%),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노동조합법(발의)·28.3%) 등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로는 직무급 등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37.5%)을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25.0%),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21.7%), 파견 허용업종 확대(7.5%),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명문화(7.5%)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경연은 정치권이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용경직성으로 청년실업도 악화일로에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회와 정부는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금 보장,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 기업부담을 늘리고 고용경직성을 더욱 강화하는 법안만 계속 발의하고 있다”며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의 활력을 제고하는 것만이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실업대란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