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계약 파기에 무게를 실었다. “계약 해체의 조건을 갖췄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계약 해체 최종 결정은 추후 정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주항공이 계약 해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날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계약 이행과 관련된 공문을 받았으나,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안에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이스타항공이태국 총판 업체 타이이스타젯에 선 지급 보증(3100만 달러·373억원) 2~5월 임직원 체불 임금(250억원)조업료·운영비 등 외부 미지급금 해소 등을 선결조건을 이행해야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은 체불임금 250억원을 포함한 17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타항공은 올 1분기 기준 부채는 2200억원으로 보유 현금이 바닥난(-1042억원) 완전자본잠식상태다. 3월부터 전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4개월째 매출은 0에 가깝지만, 매달 고정비용으로 250억원씩 빚이 쌓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후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이스타항공과의 인수·합병 성사에 전향적으로 나서면서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선결조건 이행이 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게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서자 업계 일각에서는 극적 타결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계약 파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대량 실직, 주무부처의 중재 노력 등에 부담을 느껴 계약 해체 최종 결정에 대해 유보했지만, 계약 파기의 명분을 쌓은 만큼 관련 절차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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