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점유율 20% 이하로 떨어져
전경련“R&D ·세제 등 뒷받침 필요”

[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지난 10년 간 한국 반도체 업계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도체 강국 미국은 격차를 더 벌려 높이 날아갔고 후발주자 중국은 바짝 쫓아 붙었다. ‘반도체 강국’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관련 지표 분석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미국과의 점유율 격차는 크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한편,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향후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 대응을 위해선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반도체 시장 분석결과는 '절대적 선두의 미국, 약진하는 중국, 한국의 선방과 일본의 하락세'로 정리된다. 특히 미국은 지난 10년 간 45% 이상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중국의 경우 2%도 미치지 못하던 점유율이 지난해는 5%까지 뛰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24%던 점유율이 지난해엔 19%로 줄었다.

반도체분야 국제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채택논문 건수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그 뒤를 동북아 4국(한국, 일본, 대만, 중국)이 이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지난 2011년엔 4건에 그치던 논문 건수가 올해는 23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중국이 빠르게 연구 실적을 쌓아 올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와 같은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기술 또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전체 반도체시장의 80%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 한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지난 2017년 기준으로 0.6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 기술 격차는 지난 2017년 1.8년이었다.

또한 한국 반도체가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과 한국 간의 낸드플래시 기술 격차는 2년 정도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 같은 중국의 부상이 ‘반도체 굴기’ 등 중앙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봤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지난 2014년~2018년 세계 주요 21개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SMIC는 6.6%를 정부에서 지원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세계 시장 선두를 장악한 미국도 주요 반도체기업에 세제혜택과 R&D(연구개발) 등의 명목으로 상당한 지원을 제공했다. 마이크론(3.8%), 퀄컴(3%), 인텔(2.2%) 등 이미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들도 포함됐다. 같은 시기 한국 정부지원금 비중은 삼성전자가 0.8%, SK하이닉스가 0.6%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엔 반도체 업계 R&D 예산이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정부 지원을 뒤에 업고 지난 2015년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5~2018년 간 29개의 기업이 외국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단 기간 내에 시장진입과 외부 기술‧전략 흡수에 성공했다. OECD는 이와 관련 “2014년 마련된 중국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의 기여가 컸다”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중국의 보조금으로 반도체시장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며 “최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심화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지원에 대응한 미국의 지원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 공장을 유지한 데 이어 의회에서 반도체 연구를 포함한 첨산단업 지출을 1000억 달러(120조원) 이상 확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월 백악관은 반도체 R&D 지원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워킹그룹도 발족했다.

 

▲ 삼성전자가 지난달 착공에 들어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 실장은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수출 제1의 상품인 우리 반도체가 지금의 세계적 입지를 갖추기까지 기업 홀로 선방해온 측면이 있다”고 “최근 미중간 기술패권 경쟁에 더해 일본 수출규제까지 여러 악재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시장 입지 수성을 위해 우리도 R&D, 세제혜택 지원 등의 정책적 뒷받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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