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마이너스에 석유 수요 급감까지…업계 ‘비상’

 

[스페셜경제=홍찬영 기자]코로나19 여파로 정유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정유업계의 이번 1분기 실적은 역대 최악일 것으로 관측됐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사의 1분기 적자규모는 2조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손실이 1조원이 넘고, GS칼텍스 5천700억원, 에쓰오일 6천700억원, 현대오일뱅크 4천700억원 등 적자 규모를 합치면 2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실적악화는 수익성의 지표인 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주 배럴당 -1.4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배럴당 0.3달러 악화한 수치다. 특히 3월 셋째 주부터는 연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 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수치로 실질적인 수익성 지표로 통한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BEP)으로 본다. 이 보다 밑이면 정유사가 생산을 돌리면 돌릴 수록 손해만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석유 제품 수요마저 크게 감소하며 제품 판매 손실과 재고 손실마저 크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중동지역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서 만든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석유 제품이 원유 도입가격보다 더 낮아지게 돼 마진이 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분기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됐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에도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정제마진은 보다 1분기 보다 더욱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평가손실은 일부 제거되겠으나, 정유사업부의 적자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정유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 지원에 나선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6월분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 징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수요 부족으로 남는 석유를 저장할 공간으로 한국석유공사의 비축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유업계는 상황이 워낙 녹록치 않다보니 세금 유예만으로는 업황개선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석유류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 ▲환경·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율 확대 ▲임시투자세액제도 부활 등 추가적인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셜경제 / 홍찬영 기자 home21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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