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베트남 출장을 마친 뒤 23일 오전 서울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내 일본 출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4일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닷새 남에 베트남을 향하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23일 귀국길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출국해 45일 간 베트남 현지에 있는 삼성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20일에는 푹 총리를 예방했고, 신규 R&D센터 공사 현장과 하노이 인근 박닌, 타이응웬에 있는 삼성 복합단지를 찾았다. 22일엔 호찌민으로 이동해 TV와 생활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이날 오전 717분쯤 대한항공 전세기편을 이용해 서울김포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한 이 부회장은 간단한 발열체크를 한 뒤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에 반도체 신규 투자를 할 계획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출장 여부에 대해서는 고객들 만나러 한번 가기는 가야 된다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준비된 차량을 타고 김포공항 인근에 마련된 임시 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했다. 판정이 나올 때까지 임시 진료소에서 대기하다가 자택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45일 간 베트남 현지의 스마트폰과 TV,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점검하고 중장기 전략을 구상했다. 이번 베트남 출장에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계열사 경영진이 동행했다.

 

베트남은 IT·가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아세안 시장의 교두보 역할이 기대되는 국가다. 코로나19 조기 방역에 성공하며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는 중이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베트남 수출 규모는 21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반면, 수입 규모는 0.1% 감소한 1980억달러로 집계됐다. 무역흑자 규모가 4년 만에 최고치인 173억달러를 달성하면서 푹 총리는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3%로 제시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 내년 경제성장률은 7.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아이돌과 대중 드라마를 위시한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에 박항서 효과가 더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 한국기업들이 앞다퉈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일자리를 창출한 결과,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한 앙금을 털어내고 국가 간 협력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도 베트남 시장에 공들이고 있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에 중요한 지역이다. 이 부회장은 2012년에는 이건희 회장과 함께, 2018년 혼자 현지 생산라인을 직접 챙겼었다. 이 지역엔 스마트폰과 TV, 가전제품 등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가 판매물량의 절반 이상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연구개발을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후 들어설 R&D센터는 근무 인력이 3000여명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성된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아세안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렸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지난 20일 푹 총리와의 면담에서 이 부회장은 호치민 법인(SEHC)을 방문, 생산 활동을 점검해 투자 확장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겠다앞으로 베트남 정부가 삼성에 유리한 투자 조건을 마련하길 희망한다. 삼성도 더 노력해 베트남에서 경영·투자 활동을 잘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아세안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을 높이려는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당분간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미중 무역갈등, 일본 스가 내각의 우()행보, 보호무역 주의 확산과 환경 규제 강화 등으로 대외적 환경이 가파라지고 있다. 더욱이 전세계 IT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체급을 올리고 있는 반면, 사법리스크로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해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시장의 상황과 생산·연구개발의 현황을 두루 고려해 중장기 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은 다음주 초까지는 재판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재개되는데 직접 참석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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