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머물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30일 양국 정상간 ‘깜짝 상봉’을 통해 전례 없는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번개 상봉’을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이에 화답하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역사적 이벤트가 이뤄졌다.
그동안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경우는 있었지만,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역사상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됐다.
짧은 인사가 될 것이라던 두 정상의 만남은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이번 만남의 경우 의전과 보안 등 외교적 관례도 허물고 즉흥적인 만남을 이루며 ‘하노이 노딜’ 이후 답보상태에 있던 북미 협상의 새 길을 열었다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의사를 전달하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햄버거 회동’이 현실화 될지도 주목된다. 현실화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된 것처럼, 김 위원장은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는 북한 지도자가 되는 셈이다.
한편 이번 만남을 통해 두 예측할 수 없는 지도자의 톱다운(Top-Down)식 소통이 여전히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을 맞을 때마다 이를 타개한 것은 북미 정상의 톱다운 외교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6·12 1차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다시 살린 것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전달한 김 위원장의 친서였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정상간 담판에만 의존하던 톱다운 방식의 한계가 노출되며 실무진 논의를 거쳐 정상이 최종 합의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 앞서 양국 정상이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친서를 교환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SNS를 통해 DMZ번개회동을 제안하고 김 위원장이 전격 화답하며 북미 정상의 판문점 상봉이 이뤄진 데 대해 여전히 톱다운식 외교가 건재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무 협상을 이끌 대표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지명하고, 실무팀 명단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있다”며 “과거 상대보다 새로운 상대와 더 좋은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 설명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