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초과 이익에 20~25% 주식양도세 부과해
쥐꼬리만한 이익에도 세금 떼나…동학개미들 분노

▲ 정부가 25일 소액투자자에게도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자 국민청원을 통해 반대하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공매도 금지와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세계 증시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이런 법을 굳이 만들어 강행하려 합니까”

개인투자자들이 정부의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증세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뿔난 개인투자자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전날 2023년부터 소액 투자자에게도 주식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추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은 다음 달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다.

2023년부터 모든 주식에 양도세를 전면 도입하면서, 그간 종목별 보유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부과하던 양도세를 소액투자자들에게도 확대된다. 다만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초과하는 경우에만 부과한다.

2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하고 나머지 이익에 대해서만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증권업계에서 폐지를 요구한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거래세 세율은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0.1%포인트 낮춰 0.15% 수준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주식양도세가 전면 도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액투자자들 중심으로 불만이 들끓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그나마 주식시장이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인데 이마저도 세금으로 떼어가냐는 불만이다.

정부의 방안이 발표된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양도세 전면 도입에 반대하는 청원글이 다수 올라왔다.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에게만 시행하세요’라는 청원글에서 청원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로 몇 년간 침체됐던 국내 주식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보이고 있다”며 “서민들이 눈 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투자처가 주식시장이다. 그 쥐꼬리만한 이익에까지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데 어떤 서민이 응원하겠는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주식 양도세 확대는 부당합니다’라는 청원을 올린 또 다른 청원자는 “서민이 중산층으로 가기위한 방법은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재테크를 통해 가능하다”면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하나를 잃었고, 그나마 위험성이 큰 사다리 하나가 남았지만 남은 사다리 하나마저 끊어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점점 과해지는 여러 가지 증세대책이 서민의 등을 짓누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보다 차라리 개인의 소득세, 법인세와 같은 세금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방향에 대한 불만 여론이 들끓자 기재부가 해명에 나섰다.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금융세제 선진화 방향은 선진국보다 낙후돼 있다고 평가받는 우리 세제를 선진화하는 것”이라며 “세제개편은 중립적으로 하며 절대 증세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지금 추산으로는 양도소득세 확대 등으로 세수 증가는 2조1000억원 정도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이를 작년 기준으로 증권거래세에 대입, 거래세를 2년에 걸쳐 0.1%포인트 낮추게 된 것이다. 전체 세수 증가는 없다”고 말했다.

양도소득세 확대로 증가하는 세수와 거래세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가 서로 상쇄하니 결과적으로 증세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한 정부는 주식양도세를 확대하더라도 20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현재 600만명으로 추정되는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5%인 30만명만이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문건 금융세제과장은 “2000만원이면 상위 5%의 투자자인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그정도면 되겠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는 상위 5%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부과된다고 하지만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