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사 등에 우량회사채 담보 10조원 대출
코로나19 여파 금융사 유동성 악화 대비 방어선 구축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한국은행은 은행을 비롯해 비은행금융기관인 증권사 및 보험사에 회사채 담보대출을 실시한다. 한은이 회사채를 담보로 비은행금융기관에 대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은 전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해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새 대출제도는 적격 담보의 인정가액 범위 내에서 신청한 금액을 한은이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우선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용하되 금융시장 상황 및 한도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과 증액 여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대상기관은 국내은행 16곳 및 외은지점 23곳, 증권회사 15곳 및 한국증권금융,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보험회사 6곳이다.

한은이 증권사와 보험사 등 영리기업에 직접 대출을 내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은행은 한은법 제64조, 비은행금융기관은 제80조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한은법 제80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 비은행금융기관 등 여러기업에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앞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한은법 제80조에 의거해 비은행권에 대출해준 바 있다.

다만 외환위기 당시에는 한국증권금융(2조)과 신용관리기금(1조)을 통해 자금을 간접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사상처음으로 회사채를 대출 담보로 일반 증권사와 보험사를 상대로 직접 대출을 허용했다.

한은 관계자는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대기성 여신제도를 미리 마련해 둠으로써 시장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바닥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스프레드 등이 미국 만큼 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이번 조치가 다소 이례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색 우려가 있었던 증권사들의 단기자금 대응력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및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약정이나 확약물에 대한 우려는 감소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5월 도래하는 PF 및 대출채권 유동화 만기는 약 12조6천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연구원은 “각 사마다 유동화 만기가 다르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까지 감안할 경우 단기자금 대응력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대출 제도로 회사채 시장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대출 담보물로 AA- 이상 회사채가 가능해지면서 활용가능한 회사채의 투자는 확대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지난주벝 시행되고 있는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발행시장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이번 대출 제도 도입으로 크레딧 유통시장 투자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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