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1월 11일 제주공항에서 장병들이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싣고 있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북한이 9·19 평양정상회담을 기념해 우리 측에 송이버섯을 선물로 보내자 문재인 정부가 이에 대한 답례로 지난해 11월 제주산 감귤 200톤을 보낸 것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괴뢰가 보내온 전리품’이라 적은 문건이 일본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28일자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도쿄신문이 입수한 ‘강연 및 정치사업 자료-적의 제재 해제에 대한 조금의 기대도 품지 마라’란 제목의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해당 문서는 김정은의 지시와 노동당 지침을 담아 지난해 11월 인민보안성 등에 비밀리에 배포된 문서로, “(당시)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동포의 뜨거운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지만 북한 내부 문서는 대외적인 설명과 달랐으며 ‘한국이라는 적에게서 빼앗은 것’이라고 선전했다”는 게 도쿄신문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북한은 평양정상회담을 기념해 우리 측에 송이버섯 2톤을 선물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11월 11일~12일 군 수송기를 이용해 제주산 감귤 200톤을 북한에 보냈다.

송이버섯 답례품으로 제주산 감귤이 선정된데 대해,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주민들이 평소 맛보기 어려운 남쪽 과일이고, 지금이 제철이라 선정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문서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놈’으로 비하하는 표현이 담기기도 했다.

문서는 “트럼프 놈을 비롯한 미국의 거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핵만 포기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고 줴쳐대고(지껄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우리(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수십 년 동안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잘 입지도 못하면서 피땀 흘려 만들어 놓은 우리 국가와 민족수호의 생명선인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로켓을 다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놈들의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 다음에야 제재 해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적(미국)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예리하게 관찰, 대처해야 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신문은 “이 문서에 첫 북·미 정상회담 후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화해 무드를 연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제재 해제에 대한 높아지는 기대를 억제해 단속에 힘쓰는 모습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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