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중국 최고지도자 자격으로 14년 만에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시 주석의 방문은 지난 2008년 국가 부주석으로 방북한 이래 11년 만이다.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그가 강경한 스탠스를 취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는 주요 현안 중 일부인 미중 무역전쟁과 북한 비핵화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정상회의에서 미중-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릴 전망이라 시 주석이 미중 무역전쟁의 협상카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어떤 얘기를 나눌지도 관심사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로 평양을 방문해 21일까지 1박2일 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이후 처음이며 북중 수교 이후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후 주석에 앞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1990년 3월과 2001년 9월 각각 중국 공산당 총서기, 주석 자격으로 두 차례 북한을 찾았고, 류샤오치(劉少奇) 전 주석이 1963년 9월 방북한 바 있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일정을 고려하면 이날 오후부터 바로 정상회담에 돌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과거 후진타오, 장쩌민 전 주석이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할 당시에도 첫날 회담에 돌입했다.
다만 양국 모두 사회주의 국가로 언론 통제에 따른 보도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의 결과는 시 주석이 귀국하는 21일 즈음에나 공개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국 측에서 밝힌 시 주석의 이번 방북 목적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북중 관계강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대한 새로운 기회 마련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다시 비핵화 협상의 출구가 트이기 시작한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점 등으로 미루어 북미대화 재개에 시 주석의 역할이 부각될 수도 있다.
앞서 시 주석은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혀 회담에서 어떤 구체적 내용이 오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시 주석이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긴 어렵지만 이번 방북이 시 주석의 첫 북한 국민 방문인 만큼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쌀, 비료, 의약품 등의 선물을 제공할 공산도 있다.
한편 북한으로서는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새로운 길’을 찾는 모멘텀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면 자주권과 국익수호를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이후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말한 연말까지는 아직 시한이 남은 만큼, 김 위원장이 이 시점에 대화의 장을 박차고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