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및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을 겨냥해 문재인 정권과 정권을 지지하는 열성 지지층이 ‘문 정권은 결백하고 이 모두가 권력화한 검찰의 음모’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데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7일 ‘조국 패러다임’으로 규정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조국 구하기에 목숨을 건 것은 그가 문재인 정권의 황태자였기 때문”이라며 “이번 일(조국 사태)만 없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보다 든든한 노후보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래서 그렇게 광적으로 그를 비호했던 것이지만 재판이 시작되면서 점점 정권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해갈 것”이라며 “법정에서 증거물들이 하나둘씩 제시되기 시작하면 그를 옹호하기도 점점 어려워지는데, ‘SBS 스페셜(칼의 연대기-검찰과 권력, 2일 방송분)’에서 뒤늦게 조국 사수에 나선 것은 총선 때문일 것이다. 총선까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국=선, 검찰=악’이라는 도식을 유지해야 하니까”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하지만 개인으로서 조국은 어차피 총선 끝나면 버려질 것”이라며 “제가 우려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즉, 조국은 버려져도 ‘조국 패러다임’은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면 그 패러다임이 그대로 그에게 옮겨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 전 장관에 이은 다음 패러다임 대상자로 진 전교 교수는 “총선 끝나면 임종석(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다”며 “이미 13명이 기소됐고, 청와대의 여덟 직제가 모두 범행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는데, 검찰에서는 다량의 녹음파일 등 굳이 (청와대 관계자들을)조사를 안 해도 기소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정도의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했다.

이어 “윤곽은 다 드러난 셈”이라며 “청와대 8개 직제를 조직적으로 움직일 사람은 물론 전직 비서실장 임종석 뿐이다. 다 맞추어 놓은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끼워 넣는 것뿐이라 기소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임종석이 검찰조사를 받는다고 대통령 팬덤이 서초동으로 물려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검찰에서 뭘 쥐고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물론 그럴 리 없으리라 보지만 15차례 이상 청와대로 올라갔다는 그 보고가 더 윗선(대통령)으로까지 올라갔을 경우 아주 피곤해진다. 그 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그렇지 않더라도 조국 패러다임은 여전히 살아서 작동할 것”이라며 “그저 서초동으로 몰려가는 소동만 없을 뿐 ‘자기들은 결백하며 이 모두가 권력화한 검찰의 음모’라는 프레임은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사용될 거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거개입은 헌정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위법인데다가 그것을 주도한 게 청와대”라며 “통치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민감한 사안이라 정권에서는 온갖 매체를 동원해 검찰을 때리고, 여차하면 다중의 힘으로 재판부도 압박하려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은 ‘이제 조국을 놔 주자’고 했는데, 조국은 놔줘도 조국 패러다임은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그게 이 정권의 통치기술로 안착됐다. 그리하여 ‘아, 님은 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님을 보내지 못합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관련 검찰의)공소장에 이렇게 적혀 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영일 기자 rare0127@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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