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이재용의 뉴삼성, 첫 단추는 과거와의 결별

변윤재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09: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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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세계 5위 브랜드 가치에도 국내에선 동네북
경영 승계·비자금·무노조 경영 등 사회적 문제
“과거 잘못된 사고와 관행은 과감히 폐기” 의지 강해
노사관계 전향적으로 변화…계열사별 단체교섭 진행 중
준법경영·시민사회 소통으로 사회적 신뢰 회복 노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시대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회장 직함을 물려받게 될 이재용 부회장은 선대의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이 회장의 장기부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분기 영업이익 123000억원을 달성한 것은 물론 영업이익률도 18.6%2년 만에 최대치를 찍을 수 있었던 데에는 현장을 누비며 삼성의 핵심 사업을 챙기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 이 부회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2조원을 넘긴 것은 메모리반도체가 최대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18년 처음이다.

 

할아버지의 사업보국, 아버지의 신경영에 이어 이 부회장이 내건 슬로건은 뉴삼성’. 그는 삼성을 동네북에서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호흡하는 기업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양적 성장으론 삼성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벌개혁 동네북은 그만과거와의 결별 의지 드러내

 

삼성전자는 세계 5위의 브랜드 가치를 지녔음에도 국내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가 재벌 개혁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며 동네북 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최근 들어 삼성을 겨냥한 칼날을 더욱 매서워졌다. 총수인 이 부회장은 2개의 재판에 매여 있고,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비롯해 삼성을 흔들 법안이 대기 중이다.

 

더욱이 사회문화적 기조가 이전과 달라졌다. 품질에 주목했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가치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비의 주도권을 기업에게서 되찾아 오겠다는 흐름도 강해졌다. 지역과 사회 등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려는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큰 반향을 일으킨다. 기업에 대한 가감없는 평가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세계적으로 확산된다.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와 견제는 더욱 강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변화 속에서 삼성의 미래를 고민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대국민사과를 통해 그가 제시한 뉴삼성에는 이러한 고민이 드러난다.

 

뉴삼성을 관통하는 단어는 결별이다. 그는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라며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을 하지 않겠다. 법을 어기는 일을 결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무노조 경영 전면 폐기와 시민사회와의 소통 강화, 독립적 준법감시기구 설립 및 운영을 약속했다. 기업에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흐름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정경유착 의혹과 경영권 승계, 낮은 노사 감수성으로 각종 사건에 휘말리며 논란이 불거져왔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250억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건희 회장은 삼성 총수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회장은 그해 1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이듬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199710월 사면됐다.

 

2000년에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법학교수 43명으로부터 고발당했다. 2005년에는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지며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2007년에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으로 재직한 검찰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특검 수사로 이어졌다. 2008년 출범한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은 에버랜드 CB,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혐의(배임)와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해 4월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에버랜드CB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나머지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 벌금 1100억원의 선고받았다. 그러나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무노조 경영 역시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이 발생했다. 노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근로환경을 바꾸겠다는 목표와 달리,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설립을 꾀한 직원들에 불이익을 줬다. 단일노조만 허용되던 노동조합법을 이용해 사측이 설립을 주도한 노조를 세워 노조 설립을 막았다는 의혹을 피해갔다. 2011년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에는 일명 그린화 전략을 통해 협력사를 기획 폐업시거나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고 임금을 삭감하거나 개별면담을 통해 탈퇴를 종용했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지난 8월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과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 최평석 전 삼성전자서비스 전무,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 전·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의 얼룩진 과거는 이 부회장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 일가 최초로 1년여 간 구속 수감됐다.

 

경영에 복귀한 이후 이 부회장은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과거의 잘못된 사고와 관행은 과감히 폐기하자면서 미래전략실 해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등을 주도한 것이다. 올해 들어 결별 의지는 더욱 분명히 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했고, 870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무려 11년간 이어진 반도체 라인 백혈병 분쟁도 매듭지었다.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복직에 합의하기도 했다.

 

노사관계는 전향적으로 변했다.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 출신인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6월 초 삼성 사장단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고 노동전문가들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구성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8월 계열사 중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울산공장 노조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에서도 사내 4개 노조 공동교섭단이 단체교섭 진행을 위한 실무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낮은 자세로 먼저 한 걸음 다가서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겠다던 공언대로 시민사회와의 소통 전담자를 지정하기로 했다. 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해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준법경영을 강화했다. 50억 이상의 내부거래를 보고·승인받도록 하는 한편, 준법 경영·노사 협력 관련 교육 실시, 홈페이지를 통한 내부 제보 등도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지난 8일 위원들과 만나 준법 경영에 대해 재차 약속하기도 했다. 이를 반증하듯 기자 출입증을 갖고 국회를 드나든 삼성전자 임원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특별 감사를 실시해 규정을 위반한 직원 2명을 징계 처분했다.

 

실질적 변화는 삼성의 비전으로도 연결됐다.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3월 구호물품과 성금 등으로 300억원을 쾌척한 데 이어 삼성의 기술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마스크 원자재를 날랐고 마스크·진단키드 생산성을 높였다. 협력사 피해 최소화를 위해 26000억원을 푼 데 이어 긴급 자재 공급을 위해 항공 배송으로 전환하는 경우엔 물류비용을 실비 지원하고 원부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할 처지에 놓인 협력사에는 부품 승인 절차를 줄여주고 컨설팅을 지원했다.

 

산업계에서의 상생·협력은 보다 촘촘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방패막이 삼지 않겠다는 의지다.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있고,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종합 지원을 펼치고 있다. 협력회사의 설비투자·기술 개발 등 필요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상생펀드 또한 3차 협력회사까지 확대하는 동시에 3차 협력회사 전용 펀드를 추가로 조성했다. 이 밖에 27000건의 특허 무상 개방,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 운영 등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대학-협력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 4월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등 국내 주요 설비업체 및 23차 부품 협력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설비부품 공동개발에 돌입했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을 출시한 데 이어 레이아웃, 설계 방법론·검증 등을 포함한 기술 교육, 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 프로그램 확대 운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고가의 반도체 공정장비와 계측장비를 기증해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돕고, 산학협력을 통해 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국내외 전문가 특강 등을 지원 중이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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