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오랫동안 교육계에 쌓여온 폐단, ‘적폐’ 교사들이 대거 적발됐다.

학부모로부터 현금은 물론 항공권에 태블릿PC, 진주 목걸이 등 ‘촌지’를 받는 교사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경징계 처분만 받고 여전히 교단에서 교사라는 직함을 달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 3년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여전히 남아있는 교육계의 폐단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 국회 교육위)이 8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사 금품비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초중고교 교사 금품수수 비위는 2014~2019년 현재까지 151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수로는 13억4,264만 원 규모로 건당 890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수수 목록을 보면 현금은 물론 항공권과 태블릿PC, 진주 목걸이, 금반지, 미용실 이용권에다가 OK캐쉬백 포인트까지 품목도 각양각색,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금품수수 비위 적발은 매년 증가했다. 2014년 18건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2018년에는 42건이나 적발돼 2014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비위가 고등학교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적발금액의 91%(12억1,982만 원), 적발건수의 44.0%(65건)가 고교에서 발생했다.

현재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전형요소인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해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교사의 금품수수가 입시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게다가 이런 비위에도 절반이 넘는 54.2%(84건)는 감봉, 견책, 경고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이로 인해 비위를 저지르고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단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서울 강남의 사립 고등학교 교사 A씨는 특정 학생의 평가를 잘해달라는 명목으로 현금 340만 원을 편취했다. 심지어 2015년 학부모 카드로 회식까지 했지만, 감봉만 됐을 뿐 지금도 교사로 재직 중이다.

충남의 공립 중학교 교장 B씨도 지난 2014년 시간제 교사 등으로부터 450만 원을 받고도 아직 교장직을 유지 중이다.

한편 교육부는 그동안 이런 비위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이 징계를)어떤 기준으로 했는지 세부적인 내용은 따로 보고받는 게 없고, (징계 과정은)사실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부실한 처벌, 무책임한 관리가 문제를 키운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교육당국의 부실한 처벌, 무책임한 관리가 교사들의 비위를 키워온 셈”이라며 “고교 교사는 대입전형에 활용되는 생기부 작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대입공정성 차원에서라도 교사 금품수수 비위를 근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뉴시스>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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