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윤재우 기자]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는 반드시 정해진다. 유권자에 대한 보다 세밀하고 정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과 공약으로 어필한다면 그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데이터 과학과 맞춤형 타겟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에게 적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후보자들에게는 아쉽게도 그러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었다.

‘선거는 과학’, 2015년부터 민주연구원 빅데이터 전략지도 구축
더불어민주당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맞춤형 선거준비는 201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16년 총선 승리를 대비해 '총선 지형분석 및 전략지도' 구축에 나섰다.
야권연대나 주먹구구식 선거 전략이 아닌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기법으로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거시적으로는 역대 선거통계와 인구 및 사회통계 등을 집적해 정당 지지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미시적으로는 동(洞) 단위 이하까지 정당지지 지형과 유권자의 변화를 추적 분석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안 야당'을 넘어 '수권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인 집권플랜의 하나였다.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이 되었다.

2017년 4월말 대선을 열흘 앞두고 민주연구원은 문재인 대선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선거 유세차에는 빅데이터가 실려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 선거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대 선거자료, 인구주택총조사 등의 자료를 활용하여 전국 252개 자치구, 3495개 읍면동에 대한 전수분석을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읍면동 단위로 유권자의 정치성향, 투표행태 등을 분석한 ‘마이크로 전략지도’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이크로 전략지도’는 ‘선거운동 투입 대비 득표가능성’을 지수화해서, 전국 3495개 읍면동을 A~E등급의 5개 등급으로 분류, A등급 지역에 선거캠페인 역량이 집중 투입되는 방식으로 17개 광역시도당과 252개 지역 당협과 유세차에 전달하여 선거캠페인 효과를 ‘최적화’하겠다는 것이었다. 5월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2020년 4월 총선을 이틀 앞두고 국민일보가 <‘선거는 과학’ 양정철이 도입한 빅데이터, 민주당 효과 봤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민주연구원이 빅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한 선거운동전략을 9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준비하여 이동통신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선거용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가 갖고 있는 가입자의 수년치 동선, 소비 패턴 등 데이터를 합법적 범위 안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고민정, 이수진, 노웅래 후보자의 활용사례를 구체적으로 취재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253석 중 163명의 당선자를 냈다.

민주당의 빅데이터 선거구축은 2015년에 시작하여 선거를 거듭하면서 진화되고 업데이트 되어가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 흔들리는 부동층을 겨냥하여, 데이터 과학으로 국민을 위해 준비된 정당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심리전 전략은 눈여겨 볼만하다.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여의도연구원 빅데이터 전략부재, 총선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2020년 4월 총선 투표를 하루 앞두고 뉴데일리는 <민주당의 비밀병기 '이동통신 빅데이터'… 통합당은 그동안 뭘 했나?>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통사와 제휴하여 9개월 전부터 '맞춤형' 민심 파악을 준비한 더불어민주당과는 대조적으로, “미래통합당의 선거전략은 주먹구구식이다. 막연히 전통시장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유세한다. 가는 곳마다 ‘정권 심판, 지역 발전’을 외치지만, 유권자들이 듣기에는 여당 후보의 '맞춤형 공약'을 능가할 만한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빅데이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 광진갑에서 40.6% 득표로 낙선한 미래통합당 김병민 후보자도 선거 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미래통합당은 인재를 영입해놓고 선거는 ‘알아서 하라’더라” 취지로 중앙당의 선거 전략 부재를 아쉬워하였다.

기자가 취재하여 본 결과, 여의도연구원이 빅데이터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여의도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 빅데이터 시리즈’ 첫 번째를 2018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말과 글-연설문·靑브리핑 1453건 빅데이터’에서 대통령이 ‘경제’보다 ‘북한’이 우선이었음을 밝힌 바 있었다.
두 번째 빅데이터 연구는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600일 일정 빅데이터’로,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가 밝힌 공개일정을 전수 조사하여 일정의 75%가 청와대 내부로 ‘방콕 대통령’, 1,800끼니 중 식사 회동 단 100회인 ‘혼밥 대통령’을 지적한 바 있었다.
세 번째 빅데이터 연구는 2019년 9월 지난 15개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된 온라인 뉴스기사 빅데이터 분석 결과, 북한 관련 키워드의 비중이 43%에 달하는 반면, 경제·민생 관련 키워드는 각각 13%, 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문 대통령이 경제·민생보다는 북한에 치중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하였다. 또한 ‘조국 논란’과 관련한 긴급 현안 빅데이터 분석도 진행하여 발표했다.

민심을 파악하고, 선거를 준비하고, 미래를 위한 발전전략을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성공사례와 대비가 된다. 상대당의 준비된 전략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다.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은 후보자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중앙당 차원에서 이번 실패를 교훈삼아 빅데이터 선거체제를 빠른 시일 내에 구축하여야 한다. 경쟁자를 따라가서는 이길 수 없다. 상대보다 더 효과적이고 더 탁월한 새로운 승리전략을 찾아야 한다. 
 

미래통합당 여의도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총선 지역구분석에 전국(?) SNS언급량, 위치정보 보완이 숙제
정치평론가들이 빅데이터 분석사례로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개인의 정치적인 성향과 주관적인 경험 추측에 의존하던 정치평론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한 객관적인 예측으로 발전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 등 정치성향을 떠나 여러 유튜브 채널과 언론기사에서도 관심 있는 격전지 후보자들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었다.

아쉬운 점은, 정확하지 않은 기준에 의한 데이터 분석이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분야에서 빅데이터가 발전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총선 지역구 후보자는 그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어진다. A지역구 후보자(선거구 평균인구 20.4만명)의 당선가능성을 전국 유권자들(4400만명)의 소셜빅데이터 SNS언급량과 긍정부정어 추세로 예측하는 것은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전국에서 뉴미디어 SNS언급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지역구에서 당선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하나의 참고사례 내지 단순한 참고기준 정도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향후 소셜빅데이터가, 특히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지역 유권자의 특성을 반영하여야 할 경우, 객관적 예측을 위한 데이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위치정보가 분류된 뉴미디어 SNS언급량 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뉴미디어 SNS언급량(버즈)을 분석하는 기준에서 국내 소셜메트릭스 회사들이 트위터 언급량 1개와 블로그 언급량 1개를 똑같은 언급량 1로 분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뉴미디어 콘텐츠 생산자입장이든 소비자입장이든 이런 기준은 합리적이지 않다. 최소한 블로그 언급량 1개가 트위터 언급량 5~10개의 영향력을 가지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준의 객관성을 보완하여야 하고 데이터 입력과정에서 보정하여야 하는 사안이다.
 

신의 한수, CBS시사자키, 국민TV, 데이터스 유튜브 캡처


마이크로 지도, 역대투표와 사회경제 데이터로 세밀하게 예측
취재과정에서 정당차원이 아닌 특이한 사례가 하나 눈에 띄었다. 한겨레신문이 집중보도한 ‘골목길에서 본 2020총선 시리즈’에서 ‘골목민심 지도’를 제작한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대표였다. 2017년 민주연구원과 공동으로 ‘마이크로 전략지도’를 작성하였다는 한겨레 기사가 보여주듯이, 민주연구원이 이번 총선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례와 상당히 비슷하였다.

최 대표는 그의 저서 ‘마이크로 지리정보학’ 중 선거전략과 지리학의 만남에서 “선거 캠페인에 돌입하면 마이크로 소극 지지자가 어디에 많은지(후보 일정), 무엇을 원하는지(후보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수록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타깃 유권자에 대한 후보의 일정 메시지’와 직결되어서다. 이때 ‘마이크로 전략 지도’는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요한 캠페인 계획을 핵심 포인트 단위로 편성하고 전략적인 동선을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후보와 후보 배우자의 유세, 상가 방문, 거리 인사 동선을 짤 때는 소극 지지자 밀집지를 우선 반영하는 것이 좋다. 이와 연동하여 유세 차량의 활동 포인트, 어깨띠를 두른 선거 운동원의 활동 포인트도 정확한 지점을 결정한다. 선거 현수막을 어디에 얼마나 달지, 지인 소개 카드를 어디에서 받을지 등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이와 아울러 당원 활동 중심 지역, 외부 지원 유세를 중점적으로 펼칠 곳 등도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을 최대한 세분화 된 단위로 잘라서 기존 통계수치를 치밀하게 검토하여 데이터화 한 다음 지리적 정보로 전환하는 방법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최 대표는 연구소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주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개인에게 마이크로 전략지도를 제공하였으며, 미래통합당 후보자들은 요청이 없었다고 하였다.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은 실제 이 지도가 선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선거전 예측 분석한 것이 선거 후 어느 정도 적중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하면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적절한 기회에 별도의 지면에서 최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빅데이터가 정치분야에 적용되는 사례를 심층적으로 알려주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 선거의 길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 
 

최정묵 저 마이크로 지리정보학, 책표지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크다’는 빅데이터의 마이크로 역설
유권자를 마이크로 타겟팅하는 빅데이터 과학 선거는 특히 치열한 선거에서 소극적 지지자와 중도층 지지자의 마음을 바꾸어 전체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다. 유권자를 깊이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패턴과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빅데이터는 세분화하는 것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정확하고 강력한 효과를 낸다. 빅(Big)으로 모으고, 마이크로(Micro, Small)로 세분화 하여야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500여가지 방식으로 유권자들과 소통하였다고 한다. 빅데이터의 통찰력은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스페셜경제 / 윤재우 기자 yunjaeu@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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