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특허 19만건…반도체·AI·5G 관련 특허 취득 적극적
NPE·ICT 기업 타깃 돼…세계 각지에서 월 평균 3회 소송

▲ 삼성전자 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신입 변리사 공채를 진행 중이다.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삼성은 그룹 명칭의 공채를 없애고 계열사별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후 신입 변리사 공채는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공식 채용사이트인 ‘삼성 커리어스(Samsung Careers)’를 통해 신입 변리사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지원서 접수는 오는 18일 오후 5시에 마감된다. 지원 대상은 변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 2월 이전 입사가 가능한 자다. 오는 11월까지 직무적합성평가와 면접 등을 거쳐 연말쯤 최종 합격자를 추려낸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외에도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 AI(인공지능)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모든 분야에서 ‘기술로 압도하는’ 초격차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 단위의 시설 투자는 기본이고 전문가 영입, 전문 연구소 설립(AI), 전문 인력 영입, 협업 모색(미래차) 등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허 취득에도 적극적이다. 2005년 윤종용 전 부회장이 세계 3대 전자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특허경영’을 내세운 이후 변리사를 비롯, 특허 전문인력을 크게 늘려왔다. 2010년 이전 200여명 안팎이던 삼성전자의 지적재산권(IP) 관리 인력은 현재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의 보유 특허가 빠르게 늘었다는 반증이다. 1984년 최초로 미국 특허를 등록했던 삼성전자는 2014년말 기준으로 10만6707건의 특허를 보유했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전세계에 보유한 특허는 19만242건에 이른다. 6년여만에 특허 취득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상반기에만 10조6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국내 특허 3240건, 미국 특허 4234건을 신규로 취득했다.

 

특허 취득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전체의 39.7%(7만5472건)에 이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9% 늘어난 8735개 특허를 출원하며 마국 특허출원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3만9607건)와 유럽(3만5784건), 중국(1만7076건), 기타국가(1만2227건), 일본(1만76건)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의 특허 취득도 활발하다. 

 

대부분 스마트폰, 스마트 TV, 메모리,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등에 관한 특허로써 삼성전자의 전략사업 제품에 쓰이거나 향후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관련 특허를 적극 늘리고 있다. SoC(시스템온칩), 영상시스템, 자동차용 등 시스템 반도체 전체 특허 등록량은 3010건으로 국내 1위를 차지했다. 미래 반도체 기술인 AI 기술 관련 반도체 특허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국내에서 특허 공개량 228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허공개량은 해당 기술을 개발했다고 각 기업들이 공개해놓은 수치를 뜻하는 것으로 특허 출원과 유사한 의미로 해석된다. 2014년 이후부터 매년 AI 반도체와 관련된 기술 특허를 두자릿수 이상 출원한 결과, 등록을 완료한 특허 수에서도 1위(77건)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AI 반도체 관련 기술 특허를 총 101건 보유해 4위를 차지했다.

 

5G 관련 특허 취득도 활발하다. 삼성전자가 미국특허상표청(USPTO), 유럽특허청(EPO), 특허협력조약(Patent Cooperation Treaty) 가운데 최소한 한 곳 이상에 제출한 5G 출원 특허는 2633건이고, 등록이 완료된 5G 특허는 1728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5G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특허 취득 배경에 대해 “사업 보호의 역할뿐만 아니라 유사 기술·특허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경쟁사 견제의 역할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특허 보유를 늘리면서 지적재산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사 특허 등과 관련한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관련 인력 충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1년 경쟁사인 애플과 소송을 벌이면서 변리사 채용을 진행했었다. 2011년과 2013년에는 4차례나 채용했고, 2014년 상반기에도 경력직을 채용했다. 

 

세계적 ICT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삼성전자는 특허 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타깃이 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아일랜드 NPE ‘네오드론’에 터치기술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2차례 제소당했다. 개리티 파워서비스는 갤럭시의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을, 마운테크IP가 갤럭시노트10 문자 입력 시스템을 문제삼아 소송을 걸었다. 액키즈 테크놀로지도 스마트폰, 태블릿·노트북PC, 스마트 TV 등 주요 제품이 컴퓨터 모듈의 데이터 보안 방법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타 ICT기업과의 특허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구이 글로벌 프로덕트는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플러스가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고, 일본의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JOLED는 미국과 독일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비디오 코덱 전문업체 디빅스(DivX)는 스마트 TV 시리즈에 탑재된 비디오 스트리밍 기술을, 미국 리치먼 테크놀로지는 사물인터넷(IoT) 보안기술 관련 특허를 문제삼아 소송을 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올해 기준 8월말까지 삼성전자 본사와 해외법인이 연루된 특허침해 소송은 25건 이상으로 월 평균 3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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