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 맞이할 수 있어 ‘위기설’ 솔솔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삼성은 올해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품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내린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과 관련해 회계법인들에게 ‘합병비율 보고서 조작’을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여기에 검찰이 부당합병에 핵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해 김태한(62) 대표이사에게까지 검찰이 두 번째 구속영창을 청구하는 등 칼날을 들이밀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위기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외적인 악재를 막아내기도 급급한데, 국내에서는 부당합병 이슈로 인해서 검찰수사와 재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로 몸값을 뻥튀기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위함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대외적인 악재 속에서 허덕이는 삼성에 대해서 낱낱이 살펴보기로 했다.    

 

회계법인 “합병비율 보고서 ‘1대 0.35’ 맞춰서 작성”
국민연금만 최대 ‘6746억원’ 손실 봤다…‘비난 쇄도’

<한겨례>는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평가한 보고서(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던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삼성 쪽의 요구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대 0.35’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추기 위해서 두 회사의 사업 내용과 현금‧부채 등을 조작했다.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사용된 방법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였다.  

 

이를 위해서 바이오 사업을 2조 9천억원으로 평가하고, 1조 5천억~2조원의 부채로 평가해야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을 숨겼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기 위해서 현금성 자산 1조 7천억원에 대한 평가를 제외했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할인율과 성장률도 조작했다.  

 

심지어 당시 보고서 조작에 가담했던 회계사들은 합병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삼성과 지속해서 협의했다고 진술했다. 안진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2015년 5월 25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가 적정하다는 취지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완성해 삼성에 제출했다. 이어 26일 삼성은 일정 기간 주가를 반영해 제일목직 1주를 삼성물산 주식 3주와 바꾸는 1대 0.35의 비율로 두 회사를 합병하기로 한다. 심지어 합병이 이뤄지기 1년 전인 2014년까지만해도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에 비해서 영업이익은 3배, 자본금은 2.5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합병에서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나 높게 평가되는 기형적은 구조였다. 이러한 합병으로 인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바로 현재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합병하고 난 뒤 회사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를 같은해 6월 합병을 주장하는 객관적인 근거로 썼다. 국민연금은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뒤 같은해 7월 10일 합병을 찬성했고, 일주일 뒤인 17일 삼성물산은 주총에서 69% 찬성으로 합병안이 통과됐다.

보고서 조적으로 ‘국민연금’은 손해, 이재용은 이득?

이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은 바로 국민연금이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인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4조억원 가량의 이익을 봤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5~6천억원 가량의 손해를 본 것이다. 합병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과 광업권 등이 누락되고,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등으로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반해서 이 부회장의 경우는 제일모직 지분 23.2% 보유하고 있는 1대 주주였기 때문에, 합병에서 제일모직이 높게 평가될수록 유리한 입장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은 삼성과 회계사들이 조작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기반으로 합병에 찬성했고, 결국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참여연대는 만약 누락됐던 삼성물산의 현금성 자산, 광업권 등을 바로 잡아서 다시 계산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은 ‘1 대 0.35’가 아니라 ‘1 대 1.0∼1 대 1.36’가 될 것으로 봤다.

‘김태한 사장’ 두 번 째 구속영장 심사 기각됐지만…‘불안’ 여전

검찰조사에서 회계사들이 합병 당시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상황은 삼성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제일모직의 가치를 뻥튀기하기 위해서 이용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놓고 최고재무관리자(CFO)가 검찰조사에서 분식회계 의혹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돼가고 있는 형국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조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 담당 임원 2명이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특수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 김모 전무와 심모 상무를 조사하면서 “2014~2017년까지 위법한 회계처리가 있었다”는 식의 진술을 확보했다.  

 

더욱이 김 전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태한 대표와 함게 삼성바이오 재무를 총괄했고, 심 상무는 삼성바이오 재경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재무를 직접 담당한 이들이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한 만큼 진술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삼성바이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재평가하던 지난 2014~2015년 회계 처리기준을 바꿔서 4조 5000억원 가량의 장부상 평가이익을 얻게하는 등 위법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2016~2017년 삼성에피스의 콜옵션 평가를 맡았던 한영회계법인 최종보고서에 삼성이 원하는 수치에 맞춰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직접 조작해 건넸다고 조사됐다. 이에 대해서는 한영회계법인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취지로 진술했다. 따라서 이번 구속영장 심사에서 김 대표가 구속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법원은 김태한 대표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주요 범죄 성부(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이 돼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수출 규제로 발목잡혔는데, 최악의 경우 오너 구속?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한 제일모직 가치 뻥튀기와 삼성물산 평가 절하를 통한 합병이라는 일련의 과정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공고이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이 부회장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다시 이 부회장이 다시 구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은 또 ‘총수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특히 삼성은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서 오너 리더십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한‧일 양 정부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는 만큼 오너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7일 바로 일본 출장을 떠나 현지 상황을 살피는 등 긴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수출규제 중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3개 소재와 관련한 긴급 물량을 확보해 급한 불은 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귀국한 뒤에는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컨틴전시 플랜(예측하기 어려운 사태가 전개될 경우에 대한 비상대책)을 주문하고, 중국‧대만‧한국‧러시아 업체들이 생산한 불화수소(에칭가스)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처럼이 부회장은 그 어느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합병 이슈과 연관돼 다시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삼성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기업들이 총수 구속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모든 일들이 올스탑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삼성은 검찰의 칼날이 점점 이 부회장을 향하자 다시 한 번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한 재계관계자는 “총수가 구속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준비하고 있던 모든 일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CEO)인 사장단이 내릴 수 있는 지시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삼성의 경우도 이 부회장이 구속 전 미국의 전장전문 기업 하만 인수를 추진하다가, 구속이 되면서 인수에 제동이 걸렸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큰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때 총수가 인수될 경우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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