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에서 본회의까지…선거법 개정안 향후 진로는?

▲ 지난달 29일 오후 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검찰개혁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치권에 있어 정당이란 존재는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국민들을 향한 대외적 행보에도 정당의 이름을 내거는 것만큼 주목받기 쉬운 일은 없을 뿐더러 집단행동으로 인한 파급력은 개인에 비할 바가 못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선거를 통한 의석 확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만큼의 지지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달 치열한 공방 끝에 지정된 패스트트랙에는 이러한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국회에 산적한 문제들에도 불구, 선거법 개정안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21대 총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현 시점에 정당에 힘을 실어주는 의석 확보의 룰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발의된 선거법 개정안은 일단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합의는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견이 충실히 반영된 안으로 △의원정수 300명 동결 △지역구225석·비례대표75석 △연동률 50%의 준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여야4당 공조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이러한 선거법 개정안이 진통 없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다소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여야 정당 원내지도부의 대거 교체에 따라 다소 노선변화가 관측될 수도 있는데다 여야4당의 합의조차 임시변통(臨時變通·일단 임시로 처리함)에 불과한 까닭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에 앞서 여야4당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이번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질주하는 과정에서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전망해봤다.

 

▲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과 임이자 의원이 지난달 30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물꼬 튼 평화당‥민주·바른미래 ‘일단 신중’
◆ 평화당의 선공…연동률 100%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 확대


패스트트랙으로 올라 있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가장 먼저 이견의 목소리를 낸 것은 민주평화당이었다. 정동영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준 표만큼 비례하는 연동형으로 바꾸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유성엽 신임 원내대표 또한 당선인 기자간담회에서 “최대한 각 당 합의를 끌어내 의석수를 316석이나 317석으로 늘려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는 여야4당 합의로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법 개정안과 배치되는 것으로, 야3당이 채택했던 당론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은 지난 1월 △국회 예산 동결 △의원정수 30명 확대 △정당득표율에 100% 정비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동물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한국당과 극한대치를 이어가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지만, 이미 합의를 거친 여야4당 내부에서부터의 조율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를 단지 원내지도부 교체로 인한 독주라 판단하긴 섣부른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위원인 평화당 이용주 의원은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저희 원래 당론은 연동률 100%였다”며 “여러 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내용에 합의한 것이지 당론은 여전히 의석수를 늘리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있다”고 말했다.

평화당이 처음부터 의석수 증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잠잠한 민주당…바른미래당도 일단은 ‘신중모드’


한편 여야4당의 합의안을 제시했던 민주당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개특위 위원인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개별적 차원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에 합의했던 정신이 유효한 것”이라며 “이는 세력 간 약속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 밝혔다.

‘이런저런 의견’이라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의견이냐는 질문에 기 의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개인적으로 그런 의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공개적으로 표출한 의원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해찬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정수가 300인을 안 넘는 것이 민주당 당론”이라며 평화당의 제안을 일축했다.

바른미래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 직후인 만큼 일단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그러나 평화당의 이번 주장이 기존 야3당의 합의안을 재차 강조한 것에 지나지 않아 바른미래당 내부적으로도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손학규 대표도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구를 그대로 두고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미봉책에 불과한 준연동형(50%)이 아닌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100%)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화당 유 원내대표가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의원정수 50명 확대’를 주장하는 등 큰 틀 내에서 세부적인 변화가 있었던 만큼,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체제 또한 기존 입장에서 다소 조정된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단 평화당이 앞장 서 본격적인 논의의 물꼬를 튼 만큼 15일 새로 선출된 오신환 원내대표가 앞서 언급한 사개특위 사보임 정상화 및 지도부 사퇴 등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나면 한국당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 야3당 원내대표가 지난 1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평화당 장병완 전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조정위, 법사위…한국당이 역으로 쓸 수도

◆ 정개특위 180일→90일로 단축? 연장?…‘안건조정위원회’, 숨겨진 복병될 수도 

 

선거법 개정안의 첫 번째 관문인 정개특위에서 주어진 논의기간은 최장 180일로 오는 10월까지다. 정개특위에서의 논의가 끝나면 국회법 상 규정된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본회의 부의기간 60일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는 한국당과 달리 여야4당으로서는 논의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21대 총선이 내년 4월15일인 점을 감안하면 최장 330일로 주어진 기간을 모두 사용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되는 날짜가 내년 3월 말인 관계로, 개정된 선거법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논의를 끝내고 선거구 획정까지 마쳐야하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57조의2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 안건 심사를 위해 위원회로 하여금 최장 90일의 활동기한을 갖는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를 구성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즉 조정위를 구성할 경우, 180일로 주어진 정개특위에서의 논의기간이 최장 90일 까지 대폭 단축되는 것이다. 이 경우 선거법 개정안은 올해 안에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하지만 조정위는 여야4당만의 카드가 아니다. 한국당 또한 이러한 점을 역으로 이용해 조정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서는 소관위원 ‘5분의3 이상’(11명)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앞서 정개특위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재적위원 총 수인 18명 중 12명의 찬성을 얻으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의결정족수를 넘겼다.

반면 정개특위의 180일 동안 심의 과정에서의 의결은 ‘과반수 이상’(9명)의 찬성을 요구한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의결정족수를 요하는 만큼, 여야4당의 이견만 조율된 상태라면 이론적으로 언제 통과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

그러나 여야4당이 논의를 마치고 주어진 180일의 기간이 끝나기 전에 의결을 하고자 하면 한국당은 조정위를 구성해 이를 강제로 최장 90일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조정위는 소관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1 이상’(정개특위의 경우 6명)의 요구로 구성되며 최장 90일의 기간을 두고 활동할 수 있다. 현재 정개특위 한국당 위원은 6명으로, 자체적으로 조정위 구성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정개특위에서의 논의가 일단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기존 과정과 달리, 이견을 조율하는 구체적 협의 과정인데다, 또다시 밀어붙일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을 논의에서 제외한 채 의결한다는 것이 여야4당에게 결코 쉬운 선택지만은 아닐 것이다.

 

◆ 법사위 절차 고려해야…여야4당 깊어지는 고심


다만 한국당 측은 아직까지 이에 대해 구체적 고려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교일 의원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정위라는)제도가 있다는 내용만 확인하는 정도지 구체적으로 (당 차원에서)조정위를 이용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정위 구성에 대한 내용은 기실 여야4당 보다 오히려 한국당 측에게 와 닿는 면이 있다. 정개특위 다음 절차가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인 점을 고려하면, 여야4당으로서는 한국당과 어떻게든 의견을 최대한 모아야 할 일이지 패스트트랙 지정과 같이 ‘제1야당 패싱’ 등을 고려하기 어렵게 된다.

한국당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정개특위 논의를 끝마칠 경우 법사위에서 90일 동안 장기 계류를 피할 수 없게 됨은 물론이거니와 체계·자구심사 과정에서 법안이 조정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국회사무처가 2012년 발간한 ‘국회법 해설’에 따르면 이러한 법사위의 법안 내용 심의·수정은 월권에 해당한다.

그러나 2013년 5월, 19대 국회 당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전부개정안’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제출한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 과징금 부과’를 법사위가 ‘사업장 매출의 5% 과징금 부과’로 하향조정하고, 그대로 본회의에서 의결된 사례가 있어 가능성을 일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지난 3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상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다가온 정개특위 활동기한행안위 넘어가면

◆ 정개특위 활동 연장 or 행안위 넘어가나한국당 선택은?


한편 정개특위의 활동은 오는 6월로 종료가 예정돼 있어 활동기한을 연장할지, 법안을 행정안전위원회로 넘길지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정개특위 활동기한 연장여부와 관련해 “그것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 일정 확인이 안 돼)현재로서는 말하기가 어렵다”며 “아마 다음 주 지나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만일 정개특위 활동기한이 연장된다면 현재와 같은 대치와 논의를 위한 협의과정의 계속을 예상해볼 수 있겠지만 변수는 행안위로 넘어갔을 때 일어난다.

행안위에서 법안의 의결을 위해서는 과반수(12명) 이상의 찬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당으로서는 11명만 확보하면 여야4당의 의결을 저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행안위 위원 총수는 22명. 이 중 한국당 의원이 8명을 차지한다. 그러나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행안위에 포진하고 있어 사실상 10명은 확보해둔 셈이다. 즉 한국당이 한 명만 더 확보할 수 있다면 행안위에서의 의결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민주·한국·야3당 입장 다 달라…제자리 걸음

◆ 조용한 정개특위와 한국당의 거센 반대…본격 논의는 언제부터?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이상 여야5당의 치밀한 논의와 협의가 이어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정개특위의 본격적인 활동개시 일정이 자연스레 조명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재 정개특위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의 관계자는 “실질적 논의를 위해 간사들이 다 모여야 정개특위 가이드라인이 나오는데 정개특위 멤버 일정 상 당분간 모임 자체가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정개특위 간사회동 당시에도 일부 간사가 지역구 일정상 참여하지 못해 성과 없이 종료되기도 했다.

게다가 민주당은 현 안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고, 야3당도 연동률 증가와 의원정수 확대라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당 또한 권력분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선거제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맞서며 논의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개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견제를 위해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것과 ‘한국당과 합의 없이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는 약속 없이는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여야4당은)최장 330일 동안 합의 안 되면 직권상정하는, 한국당이 어떤 말을 해도 합의를 안 받을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다”며 “자기들끼리 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평화당 유 원내대표가 주장한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유 원내대표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절대 안 된다. 한 명도 못 늘린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현 상황은 일단 민주당의 안으로 여야4당이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렸을 뿐 지난 3월 이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한국당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밝히며 장외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단 논의의 시작을 위해서는 한국당을 다시 국회로 불러들여야 하는 만큼,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의 책임이 막중해 보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전체 차원에서 흔쾌히 통 크게 나서 주시기를 거듭 요청 드린다”고 전했다.

본격적 논의의 진행은 당장 시급한 추경안 논의와 산적한 민생입법 처리, 그리고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의당 원내대표 선출이 완료된 후인 6월 이후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연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그보다 이른 이달 말부터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가 손학규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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