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중진 내던진 충격파…黃, 칼 빼들까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5선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어느덧 자유한국당 3선 중진이 된 김세연 의원이 지난 17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재산이 약 1000억원에 육박하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그가 가진 재력만큼이나 여의도 정치권에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불출마 회견에서 한국당을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은 존재”라며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용퇴를 요구했다.

또 “당을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당내 알토란이라 여겨지는 여의도연구원장직은 내려놓지 않았다. 황 대표로부터 받은 임명직인데도 말이다.

그의 직책 유지 명분은 “공천 전횡 차단”이였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당 해체’를 주장하는 김 의원이 여연 원장직을 유지하는 건 진정성이 오염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또 김 의원은 “새로운 기반”을 촉구했다. 이는 ‘헌집 헐고 새집 짓자’는 변혁(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화화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유승민 의원의 주장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유 의원과의 사전 교감 의혹도 나왔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보수정권 궤멸에 책임이 따르지만 스스로 쇄신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당 내 친박·비박·영남·중진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파를 선사했다는 점은 당 인적쇄신론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고 이 시점에 자신이 먹던 우물에 침을 뱉은 김세연 의원의 진정성과 그가 남긴 충격파를 ‘황교안호(號) 한국당’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짚어보기로 했다. 

“누구하고도 논의 안했다”는 김세연의 진정성
황교안號 한국당, 해체 수순의 인적 쇄신 할까

 

◇유승민과 사전교감?=김세연 의원은 한국당 내 대표적인 ‘개혁소장파’이자 탄핵 당시 탈당했다가 돌아온 ‘복당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런 김 의원의 이력 때문인지 대다수의 언론들은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영웅’으로 칭송하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그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금정구로 출마만 하면 당선된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승민 변혁 의원과 과거 바른정당 창당 등을 함께한 사이로 비박(비박근혜)계이자 친유(친유승민)계로 불리는데, 불출마 회견에서조차 “(새누리당)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장에서 동료들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고 물리고 뜯겼다”고 유 의원을 회상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당 일각에선 유 의원과의 사전 교감이 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왔다.

오신환 변혁 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의원 불출마 선언에 대해 “매우 뼈아픈 주장”이라며 “야권 쇄신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러브콜을 보냈다.

변혁 신당기획단 공동단장인 유의동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 얘기들이 저희가 이미 유 의원을 통해서 보수재건을 위한 3대 원칙”이라며 “그 내용 안에 다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혁 측과의 ‘사전 교감설’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누구하고도 논의하지 않고 저 혼자 고심해서 발표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보수통합을 위해 염두한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엔 “요청이 있다면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생각해 볼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엇갈리는 친박·비박=‘김세연 충격파’는 한국당 현역의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러나 조금은 엇갈렸다.

김세연 의원과 같은 당내 ‘개혁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 의원의 지적이 틀린 것 없다”며 “국민의 시각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아프게 지적했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결국 황교안 대표가 결단할 일”이라며 “나는 그 과정에서 불출마하라면 불출마하고 험지에 가라면 험지에 가고 여권의 센 사람하고 붙으라면 그렇게 하겠다. 아울러 김무성·김병준·홍준표 등은 수도권에서 장렬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이지만 친황(친황교안)이자 영남 친박으로 분류되며, 문재인 대통령 딸 문다혜 씨와 아들 문준용 씨의 ‘저격수’로도 불리는 곽상도 의원도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를 통해 “당에서 쇄신론이 나온다면 그에 따라 불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내비쳤다.

한국당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전도양양한 젊은 정치인의 자기희생 결단으로 한국당에 기회가 왔다”면서도 “밥상을 차려줘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우왕좌왕하는 정당, 타이밍도 놓치고, 밥상도 걷어차고, 기회를 위기로 만드는 정당”이라고 했다.

반면 김세연 의원과 같은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은 비교적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김영우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 의원의 ‘당 해체’ 주장에 대해 “창조 없이 파괴만 한다? 그러면 저희는 내년 총선은 그냥 포기하는 것”이라며 “제가 만나 본 황교안 대표는 고민이 많다. 개혁 중에서도 보수통합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는 있다”고 황 대표 ‘보수통합론’에 힘을 실어줬다.

친박계 4선 중진인 정우택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김 의원의 아버님도 5선 국회의원을 하셨고, 또 본인도 3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에 한국당과 맥을 같이한 부자들”이라며 “다른 당에서 우리 당으로 재입당한 의원이고, ‘좀비정당’ 발언은 좀 오버했다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당 인적 쇄신 방향에 대해 “‘진한 박근혜계’ 그러니까 청와대 비서실을 들락날락하며 의견교환을 했던 사람들. 탄핵을 주도했던(탄핵소추안 상정·의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은 공천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이 말한 ‘진한 박근혜계’가 과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폭로한 ‘진박 9인회’를 언급한 건 아니겠지만, 탄핵을 주도했던 인물 중 비박 6선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과연 친박 중진에서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성토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黃의 인적쇄신 칼=김 의원이 자신의 용퇴론까지 거론하자 황교안 대표는 지난 18일 “총선 패배 땐 물러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그러나 황 대표는 20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철회와 공수처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이 담긴 패스트트랙 처리 저지 요구를 위해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 돌입하는 등 나름대로의 승부수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는 “당을 쇄신하라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받들기 위해 저에게 부여된 칼을 들겠다”며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가 빼든 칼은 고강도 인적쇄신으로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을 최대 50% 수준까지 교체하는 공천 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만 하면 당선’이라 4선을 코앞에 두고도 포기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김 의원의 외침이 황교안호 한국당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영남 친박’에 둘러싸여 내부혁신이 어렵다고 지적을 받는 황 대표가 ‘김세연 충격파’에 이어 당의 인적쇄신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향후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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